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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24. 2020

행복이란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4권

매주 금요일 아침, 위대한 저서 읽기-파이데이아를 만나러 팔공산 가는 길. 배우는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신득렬 교수님의 말씀을 옮겨 적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말하는 행복하고 전혀 다르잖아요.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자기만족하고. 여기는(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덕을 쌓아야 하고.     


1. 후함

가장 중요한 용기, 절제의 덕을 설명한 후에 세 번째 덕, 그게 4권 1장에 나오는 덕인데 번역은 후함, 보통 관후라고 한다. 재산하고 관련한 덕이다.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아주 가난한 사람은 관후라는 덕을 발휘할 처지가 못돼요. 어느 정도 재산이 넉넉해야 한다. 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두가지 악과 중용이라는 덕이 생긴다.


재산을 함부로 사용하면 방탕해지고 너무 아끼면 인색이라는 악에 빠진다. 고 중간에 해당하는 게 관후라는 도덕적 덕이라. 중간을 유지한다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자기에게 넉넉한 재산을 가진 사람은 남한테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게 고상하다. 적극적인 윤리를 얘기하고 있죠. 그런데 잘 베푸는 사람하고 인색한 사람을 비교하기 위해 자수성가한 사람 예를 들어요. 자수성가한 사람은 성취감은 느끼지만 자기도 모르게 인색해요. 그게 엄청 위험한 거예요. 인색하면 본인이 상처입어요. 제1피해자라요. 책도 못 사보고 경험에 제한이 생겨요.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더 후해요. 아버지보다 돈 더 잘 써요. 관후한 사람은 부자가 되기 쉽지 않아요. 지나치게 재물이 많다는 것은 관후하지 않다는 증거라요. 


어느 선에서 더 이상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자기나름대로 자기 재산의 한계를 정해야 한다. 넘어서면 베풀고 모자라면 절약하고. 고 한계가 사람마다 다르겠지. 인색하다는 이 악덕은 나이 들어도 고치기 어렵다. 아주 비관적인 말을 해요. 치유될 수 없다고 했어요.     


2. 통 큼

호탕. 이 도덕적 덕은 여기 앉아 있는 우리에게는 아무도 해당되지 않는다. 재벌정도 돼야.(하하하 호호호) 모교에 체육관을 짓든가 다리를 놓든가 해야. 호탕에 대조적인 두 개의 악덕은 좀스러움, 속물근성. 베풀면서 자기광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속물근성. 호탕한 사람은 자기명예욕이 아니라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진 큰 재산을 내놓은 걸 말한다. 옛날에 건물 짓고 다리 놓는 기술이 없을 때 호탕한 사람들은 혼인잔치를 했어. 동네 사람들이 다 먹도록. 부조 받고 식권 주고 이게 아이라. 누가 오든 실컷 먹고 즐기라. 장례도 마찬가지. 자기 재산이 주변 사람들에게 스며들게.     


3. 명예

자기 능력, 자기 가치에 대해서 자기 몸값에 대해서 적절하게 평가하는 것. 이걸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될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대로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를 높게 평가한다. 내가 큰일 할 사람이다. 그런데 남이 안 알아준다 이래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부심, 긍지라고 번역한다. 자기를 낮게 평가하면 긍지가 없는 것. 아이고 내까짓게. 자기 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면 허영심이 강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소심한 사람이다. 적절하게 평가하라는 말이다.

외적인 선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 재산, 명예를 말했는데 명예는 내가 나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한테 주는 것. 그러니까 나의 명예를 걸고 이런 말 하면 안 돼요. 남이 주는 거니까. 덕을 쌓지 않고 긍지를 가지는 건 허명이다.     


4. 작은 명예들

작은 명예는 embition이라 번역한다. honor에는 좋다는 뜻이 들어있지. 그런데 뒤에 욕자가 붙으면 굉장히 경계해야 할 말이다. 명예욕은 가지면 안 된다. 명예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명예를 기대하고 한다. 노벨상 받은 과학자를 초대하면 맨날 한국 사람을 꾸중하고 돌아가요. 연구하다보니 노벨상 받았을 뿐인데 자꾸 어떻게 해서 노벨상을 받았냐고 물으니까. 포항공대 가면 노벨상 받은 과학자들 흉상이 쭉 세워져 있고 마지막은 단상만 있고 흉상은 비워져 있다. 학생들 얼마나 부담스럽겠노? 연구자가 연구하다보면 그래 되는 긴데.

(그러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면 잘못된 건가요?)

잘못된 기지. 뭐라 캐야지. 교사, 학생, 학부모 다 꾸중들어야지. 대학의 목적은 교양교육이다. 고등학교 설립 목적도 상급학교 진학이 아니라. 고등학교 목적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대학교에서 탐이 나서 데리고 가야지.

선진국일수록 명예를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이렇게 생각한다. 10억이 주어지면 2년간 교도소에 살겠냐 했을 때 우리나라 고등학생 40% 이상이 그렇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는 명예에 대한 부분이 없지요. 그래서 우리는 명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명예욕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명예는 가치있는 것이다.     


5. gentleness, 온화, 온유

분노가 일어날 때 온화하지 못하면 분노를 폭발시키잖아요. 화 내는 게 항상 나쁜 건 아니고 너무 화를 안 내도 문제가 된다 이 말이라. 적절한 때, 적적한 대상, 적절한 방법으로 화를 내라. (적절한 방법이 뭐죠?)(하하하)    


6. friendliness

friendliness는 두 사람 사이에 feeling이 없고 교제하더라도 아끼는 관계 아니라요. 그냥 밋밋한 관계.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일생에 한 명 있을까 말까 나머지는 다 지인이라. 아무나 친구라 카면 안 돼요. 지인이지.     


7. 진실성

참과 거짓이라는 문제를 놓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2종류의 극단적 행태가 있다.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과장하는 사람, 허풍쟁이. 대조적으로 자기를 비하하고 멸시하는 사람. 중간은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 그래서 진실성을 가진 사람이다. 솔직한 것은 힘들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다.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승마교관과 잠자리를 했다는 걸 고백했는데 BBC, 가디언 등 모든 매체에서 전부 칭찬일색이라. 그 위치에서 진실을 말했다는 것. 그 이후에 다시는 거론 안 하는 거다. 진실하다는 건 자기 영혼의 문을 연다고 표현한다. 윌리암 제임스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다. 남한테 자기 영혼의 문을 연다. 우리 문화가 진실을 말하는 사람한테 관대해야 한다. 진실성을 최상위에 둬야 한다.     


8. 재치

듣는 사람들이 잘하나 못하나 보자 이런 식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약점 잡으려고 하는 무리들 앞에서 5분 안에 위트를 사용하라. 박장대소하게 만들어버리면 무장해제된다. 외국 연설자들은 모두 이 방법을 쓴다. 대화, 연설에서 활용하는 중용이 위트다. 이렇게 좋은 것도 과하면 저속한 익살꾼이 돼버린다. 거기 반대되는 것은 농담할 줄도 모르고 농담을 들을 줄도 모르고. 이런 재치가 사회관계에서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는 희극이 유행했고 국비로 코미디극장을 지은 거다. 계속 긴장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때 코미디의 주인은 통치자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힘없는 사람이 코미디 주인공이잖아요. 장애자들, 힘없는 사람들. 의사, 검사가 주인공 되면 의사협회에서 가만 안 있지.     


9. 수치심

작은 실수에도 처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아주머니는 안 그래. 루소는 처녀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고, 신이 여자는 근육이 부족하게 만든 대신 얼굴이 빨개지는 비장의 무기를 줬다고 표현해요. 그걸 잃으면 안 돼요. 처녀가 얼굴이 빨개지면 보기 좋은데 나이들어서 얼굴이 빨개지면 아리스토텔레스한테 꾸중 들어요. 젊은이는 실수를 해서 얼굴 빨개지는 게 자연스럽지만 장성한 어른은 수치심을 느낄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덕목들은 지적 능력이 있어야 획득할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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