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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23. 2020

타로를 책으로

지연,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자발적인 자가격리 기간 동안 나는 ‘불안’의 노예가 되어 매시간 전전긍긍하며 하루가 얼른 저물기만을 기다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실시간상황 앱에 접속해 확진자가 얼마나 늘었나 확인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종일 바이러스에 관한 뉴스만 훑었다. 그러길 일주일. 아, 이게 강박인가! 순간 어떤 깨달음이 나를 확 덮쳤다. 불안, 강박. 한 번도 나와 연관시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극도로 불안해하는 기질이 나였다. 이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게 더 놀라웠다. 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구나. 깨달음이 왔다. 불안에 갇혀 있는 지 열흘 째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불안의 찌꺼기들을 구석구석 쓸어냈다. 불안감에 떠는 나를 ‘인식하는 순간’ 불안의 감정은 스르르 눈 녹듯 증발되어 사라져버렸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동시성. 설명하기 어렵지만 타로를 배워야할 것 같았다. 나를 좀더 알아보기 위해, 내 안의 나와 대화하기 위해 타로를 배우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종종 타로를 봐주던 그녀가 흔쾌히 가르쳐주었다. 그녀가 추천한 책이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이다. 호기심에 주문했는데 예상보다 잘 쓰여진 책이라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0번으로 나오는 바보 카드. 내 인생 카드는 7번 전차 카드지만 바보 카드도 좋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절벽’을 마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 새로운 도약만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절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절벽은 추락이 아니고 도약의 발판대다. 그런 의미에서 0번 카드는 절묘하다. ‘시작’의 의미를 절벽 위에 선 바보로 이미지화한 것을 보면. 우리는 누구나 바보로 태어난다. 그리고 살면서 한 번쯤 스스로 바보가 되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카드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 또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주 나온다. 37p  


저자는 타로가 지식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라고 한다. 타로는 발견이며 깨달음이기 때문에 수많은 상징들을 통한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물의 표정, 색깔, 숫자, 무늬 등 카드 한 장에 들어있는 상징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는 데다 각 카드에 떠올릴 수 있는 인물들(김연아부터 영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밌다. 좋은 카드가 나오면 그것대로 좋고 나쁜 카드가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내어 해석하는 데서 나도, 타로를 찾는 사람들도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매일 ‘오늘의 카드’를 펴보는 것도 일상에 꽤 도움이 된다.     


갤럭시 타로 앱, 심심풀이로 보면 영어 공부도 된다.


타로의 상징을 풀어보며 나는, 세계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알아챘다는 데서 스스로 극복해나갈 힘을 얻는 것처럼 종종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타로를 지나치게 점을 보는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타로를 통해 미래 예측을 한다거나 속단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타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도구이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아와 깊이 대화하는 시간이다. 타로를 통해 ‘지금 여기’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의식 표면 아래에 있는 무의식의 소리에 귀 기울여 스스로 답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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