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를 보며
맑은 겨울햇살 드는 거실에 아이랑 누워 창 밖 겨울나무를 본다.
“겨울에는 나무에 잎이 다 떨어지고 하나도 없는데 봄이 되면 생겨나, 신기하지?”
아이가 말한다.
“아니, 겨울에도 나무에 잎 있는데?”
진짜로 잎이 안 떨어지고 매달려 있다. 하나, 둘, 셋, 넷...일곱 씩이나
보란 듯이 나풀대고 있었을 잎들을 겨우내 나는 보지 못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고개를 들지 않았고
내 키를 훌쩍 넘은 곳에서 오순도순 매달린 잎들을 볼 수도 없었다
겨울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앙상한 잎을 데리고 한낮의 햇살을 쬐고 있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당연하지 않았다
얼굴들이 스치운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을 얼굴들
몸통을 보느라 미세한 표정을 보지 않았을 얼굴들
논리를 따지느라 감정을 보지 않았을 얼굴들
자세히 보지 않은 나는
오래 보지 않은 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자세히 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오래 보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를 만나기는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