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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22. 2020

포노사피엔스들은 더 행복할까

최재붕, <포노사피엔스>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 첫인상이 별로인 사람보다 세상 사는 데 더 ‘불리하다’는 실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네, 보기보다 괜찮은 사람이네는 쉬운데 첫인상만큼 좋은 사람이네 하기는 어려운 법. <포노사피엔스>가 그렇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 뒷맛이 거기에 못 미치는 아쉬움.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지는 자녀가 있다면 꼭 보면 좋을 책.



저자는 스마트폰을 소유한 우리를 스마트폰인류로 정의한다. 2007년 아이폰의 탄생으로 시장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아마존이 어떻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는지, 우버는 얼마나 엉뚱하고도 혁신적인지, BTS가 유튜브만으로도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책에 빠져들 때쯤 9살 아이는 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행복해 한다. 저자는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은 앞으로 필수니까 적절하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SNS는 이제 기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 어려서부터 활발하게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유튜브는 검색뿐 아니라 직접 방송도 해보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스포츠란다. 어려서부터 인기 있는 게임은 좀 배워두고 방송도 볼 줄 알아야 한다.
 112p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지? 스마트폰 들고 있는 걸 그렇게 눈꼴시려했던 게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국내 최고 4차산업혁명 권위자라는 분이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권한다는데 내가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건가? 잠시동안 나는 아이를 스마트폰 중독자 취급한 나의 행동을 반성했다.


‘저 아이는 나와 다른 종족이니 그래 일단 두고 보자.’

‘X세대(이름은 또 얼마나 촌스러운지)인 나는 포노사피엔스로 진화할 수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이체하는 걸 폰뱅킹인 줄 알고 있는 나는 진화론상 원숭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사용설명서를 안 보고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저 아이는 얼마나 문명적인가.’      


좋았던 첫인상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 것처럼, 중반을 넘어서면서 포노사피엔스로의 진화에 대한 열망은 시들해졌다. 포노사피엔스로 사는 게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나 그냥 아날로그로 대충 살래’ 소리가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포노사피엔스>를 두고 토론이 오갔다. 누군가 “그래서 포노사피엔스들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책에서 살짝 아쉬운 느낌의 실체를 찾은 듯했다. 그래, 행복...


엄마가 독서일기를 쓰는 동안도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행복’해 죽겠다고 몸부림친다. 나는 소리친다. “야, 그만해! 오늘 많이 했으니 내일은 금지야!”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포노사피엔스들에게 이해하지도 못할 헛소리를 말이라고 지껄이고 있으니. 촌스러운 X세대 같으니라구. ‘난알아요’에 열광한 X세대와 유튜브와 게임에 열광하는 포노사피엔스들이 공존하는 우리집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긴장이 팽배하다. 우리집 포노사피엔스들은 스마트폰인류로서 얼마나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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