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디언 소녀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너무나 추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 일생 단 한 번의 연애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부모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그녀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그녀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은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이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자리에 풀이 돋아났는데 바로 ‘담배’라는 것이 인디언의 전설이다. 그녀의 소원대로 전 세계 흡연자는 무려 11억 명으로 남성의 47%, 여성의 12%가 흡연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서당에서 훈장과 학생이 맞담배를 피우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양반 관리들도 마찬가지여서 광해군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것이 민간으로 퍼져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졌다고 한다.
광해군보다 조금 더 앞서 영국의 제임스 1세는 담배를 싫어해 금연 구역을 만들었다. 군인이자 탐험가였던 월터 롤리는 금연에 실패해 결국 참수당했다고 한다. 제임스 1세보다 더 심하게 제한했던 왕은 오스만 제국의 무라드 4세였다. 무라드 4세는 무려 3만 명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왕들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의해 들여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양반들이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한 곰방대는 앞부분은 구부러진 끝에 담배를 담는 작은 통이 붙어 있는데 이곳에 담뱃잎을 넣고 피우면 된다. 한 번 재우면 20분에서 30분 정도 피울 수 있다고 한다. 곰방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궐련이 보급되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전자담배까지 등장했다.
담배의 대표적 폐해는 바로 폐암이다. 비흡연자와 비교해 흡연자가 폐암 발생률이 최소 6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심장에 영향을 주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유발하고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켜 뇌출혈과 뇌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담배의 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담배는 왜 피우는 걸까?
흔히들 호기심에 시작해서 습관적으로 피우고, 스트레스 해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 못 끊으면 중독이 되는 거고 끊으면 용자가 되는 것이다. 살면서 나도 단 한 번 호기심에 피워본 적이 있다. 안 좋은 거 하지 말자고 결심했어도 사람의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다. 하루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소에는 안 피우는데, 술 마시면서 피우니까 괜찮더라고. 너도 한 번 해볼래?”
이 유혹의 말에 넘어가 친구와 술 마시면서 처음 담배를 만져봤다. 사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담배를 많이 팔았다. 종류도 많이 알고 있어서 남들이 알면 저 사람 골초구나 오해할 정도였지만 나는 비흡연자다. 다만 팔아봤을 뿐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절 담배 중 가장 많이 팔렸던 건 ‘던힐’이었고, 포장지가 예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레종’이었다. 고양이가 정말 예쁘게 그려져 있다. 가끔 어떤 담배는 시즌이 되면 포장지를 예쁘게 만들어 팔았는데 피우지도 않으면서 사고 싶었다. 진짜 예뻤다. 그 시절에는. 요즘 담배 포장지에는 폐암 환자의 사진이 걸려있다.
친구와 내가 선택한 건 그 많은 담배 중 ‘마일드세븐’이었다. 친구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는데 어설픈 나는 제대로 태우지도 못했다. 다들 피우길래 쉬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고 처음으로 하얀 연기를 만들어 냈다. 친구 말이 맞았다. 생각보다 술집에서 피우는 담배는 괜찮았다. 딱 뭐라고 말할 순 없는데 술집 그리고 절친한 친구와 좋은 분위기가 모든 걸 결정지었다.
그리고 이후 다시는 손대지 않았다. 호기심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내 몸을 잘 챙기는 편이고 건강을 위해서라면 더 피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담뱃값도 아까웠다. 오늘도 담배는 피우지 않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꾸준히 커피 중독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흡연자가 담배 못 끊듯이 아마 나도 커피를 끊지 못할 것이다. 몸 생각해서 조금조금만 줄여보긴 해야겠다. 역시 중독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출처
담배 역사 : ‘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중에서
곰방대 : 네이버 e 뮤지엄 중에서
담배와 건강 : 네이버 두산백과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