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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수 김 Nov 20. 2023

시어머니들께서는 다 같은 모임에 회원들이신가 봐요?!

시어머니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들의 어머니 그리고 남편의 어머니를 칭하는 존중받는 용어로 사용되지만•때로는 며느리와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1. 세리토스 - 2년 차 며느리

전라도•경상도•충청도…

한국의 지역 이름들입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나의 아버지는 전라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아버지 회사에서 주재원으로 미국에 오게 되어 살다가 이민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 오빠를 만나게 되어서 결혼식을 치르고 지금 2년 차  며느리입니다. 시어머니는 종종 친구분들을 집으로 초대하시면 저를 부르시고 시댁으로 가서 음식준비를 합니다.

시어머니는 친구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실때만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전라도 며느리~ 음식 잘 하제~

 우리 전라도 며느리~ 이제 아가 가져야 하제~

 우리 전라도 며느리~ 삭삭 하지는 안제~

우리 전라도 며느리~ 그 지역 핏줄이라•잘하는 게 음식 밖에 없제~“

이제 2년 차 며느리인 제가 들은 시어머니 친구분들만 오시면 듣게 되는 말들입니다.  

글쎄요?! 시아버지 앞에서는 못하시는 말들입니다. 아니 전혀 언급도 안 하십니다.

사실 시아버지께서는 시어머니가 항상 빼놓지 않고 말씀하시는 “그 지역 핏줄” 전라도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2. 보스턴 -26년 차 며느리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갱년기도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대학교 기숙사에 있고 남편과 저 그리고 나이 들어 천천히 움직이는 강아지 한 마리와 그냥 평범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그분이 전화를 하십니다. 말랑말랑한 인절미가 드시고 싶다고… 여전하십니다.

저는 나이 들어 천천히 움직이는 우리 집 강아지 같이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한 30분이 지난 나 시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하십니다. “아직도 집에서 떠나지 않았냐고?!”

저는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오늘 안에는 사가지고 오는 거지 어미야~” 하시고 전화를 끓으셨습니다.


3. 벨플라워 -2년 차 며느리

오늘도 그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시어머니께서 점심을 밖에서 드시고 싶다고 데리러 오라고 하십니다.

시어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분이 갑자기 오시기로 했다고 점심 준비를 하라고 하십니다.

점심 준비를 하고 시어머니 그리고 친구분께 커피와 다과를 준비해 드리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뜩 나의 대학교 졸업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왜 졸업했는가 하는?!


4. 퀸즈 - 1년 차 며느리

시아버지께 아침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시니 병원에 모시고 다녀오라고…

얼른 준비를 하고 시어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아파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주소를 주시면서 운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도착한 곳은 새로 생긴 피부미용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는 풀셋으로 예약을 미리 해놓으셔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보고는 2시간 후에 데리러 오라고 하십니다.

저는 너무 황당하고 진짜 어이가 없네요… 이 심정이었습니다.  저는  진정 시어머니의 우버인가 봅니다.


5. 뉴저지 -1년 5개월 차 며느리

시어머니가 점심때 들리라고 아침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시댁에 도착하니 시어머니가 돈을 잘 버는 아랫동서 생일 선물을 사러 가자고 하십니다.  시동생 내외는 저희 부부보다 2년 더 먼저 결혼을 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원하시는 곳으로 운전을 해서 갔습니다. 한국화장품 가게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한 $300불 정도에 세트를 구입하시고 화장품 직원이 서비스로 준 샘플을 저에게 쓰라고 주셨습니다.

저는 속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시어머니를 집에다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비큐치킨에서 좋아하는 반반 양념을 사고 맥주도 한 박스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30분에 오빠가 퇴근을 하고 집에 왔습니다.

오빠는 “이게 뭐야? 이게 저녁이야!”

그래서 나는 응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어머니와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습니다.

오빠는 ”알았어~“ 하고 조용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덤으로 오늘 내가 넥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거 다 본다 하고 말했습니다.

오빠는 “알았어~” 이제야 그나마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6. 테너플라이 -2년 차 며느리

세상에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마다 욕심을 내는 것이 있을 텐데 이것도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어머니는 김치에 욕심이 아니 전국 각지에 김치를 너무나 사랑하십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들오보지도 못한 종류들을 알려주십니다.

서거리김치, 포기김치, 파김치, 갓김치, 오징어김치, 창란젓깍두기, 해초김치, 더덕김치,해물 김치, 콩나물 김치,장김치, 오이소배기, 고구마줄기 김치, 고추잎깍두기 등등… 또한 시댁에는 김치 냉장고가 종류대로 있습니다.

이번에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서울 친정방문을 가기로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중요한 당부라며 말하십니다. 다른 것 볼 거 없이 적어주신 김치를 찾아서 구매를 하고 잘 비닐 박스 포장을 해서 무사히 가져오는 것입니다. 벌써 마음이 조금씩 두근두근 거리는 것같습니다.


7. 클러스터 - 4년 차 며느리

쇼핑을 하다가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화장실을 찾으셔서 커피도 마실 겸 클로스터 쇼핑 단지 안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에 모시고 갔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자꾸 저의 팔을 꾹꾹 찌르십니다.

어머니~ 왜요?

시어머니는 "저기~저기~ 저 여자~"

스타벅스 커피숍 안에는 배우 손태영 씨와 두 명의 여자분들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사진을 같이 찍었으면 한다고… 저 보고 가서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제가 싫어하고 내키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다 보니  그렇게 이런 일이 있어도 별로 신경도 안 쓰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단 시어머니를 화장실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빨리 좀 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돌아 선순간 그들이 떠나고 없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 시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시고 바로 물어보십니다.

어머니~ 갔네요 갔어요…

제가 찾아보니 여기로 아이들 학교 유학을 왔나 봐요.

그리고 유튜버를 한다는데 Mrs. 뉴저지 손태영이라고…

이 쪽으로 자주 나오나 봐요.

나중에라도 보게 되면 찍어달라고 할게요…

시어머니를 다독거리고 커피를 끝내고 옆에 홀푸드마켓으로 과일을 사려고 갔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저 쪽 생선부 쪽에 배우 손태영씨 하고 그 두 여자들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얼른 시어머니께 오늘 배달 오는 것을 깜박하고 잊고 있었다고 핑계를 대고 홀푸드 마켓에서 모시고 나와서 집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진심 세상은 넓고도 좁은 것 같네요...


8. 에지워터 - 1년 차 며느리

집 근처에 있는 일본 슈퍼 마켓 미쯔와에 혼자 왔습니다. 입맛도 없고 라면이나 점심으로 먹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데 정면 멀리로 아는 얼굴들이 보입니다.  시어머니와 큰 형님이 앉아서 라면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몸이 굳어지는 것 같고 어디론가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걸릴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어쨌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저는 바로 뒤돌아서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사계절이 한번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시댁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나 먼 길인 것만 같이 느껴집니다.


9. 호보큰 - 3년 차 며느리

시어머니께서 문자를 하셨습니다. 오늘도 한가득 보내 주셨습니다.

그 내용은 성경 구절에 부분들입니다.

종교가 없는 저에게 그분의 말씀을 읽고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 이주에 한 번씩 꾸준히 보내 주십니다.

저에게 그분의 말씀은 그분이 계신 높은 곳과 같이 높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께 답장을 드렸습니다.

보내주신 성경말씀 잘 받았습니다.

어머니~ 오늘도 제게는 높게만 느껴져서 어렵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10. 뉴저지 -2년 차 며느리

첫아이 출산이며 건강히 자라서 이제 한 살 반이 된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자주 옷을 손수 고르고 사신다음에 시댁으로 와서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하나뿐인 손녀딸을 이뻐해 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러나 사주신 옷들이 다 마음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시댁에 옷을 가지러 갈 때 그냥 오해 안 하시게 진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시어머니는 ”알았다! 됐다! 가봐라~”

저는 무거운 마음만 가지고 딸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쓸쓸히 돌아왔습니다.

저녁에 오빠가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 시어머니와 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순간 눈치 없는 오빠가 시어머니께 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해버렸습니다. 그 순간 오빠가 너무나 밉고 저만 나쁜 사람 만든 기분이어서 좋지 않았습니다. 억울함인가 눈물도 찔끔 흘렀습니다.  

오빠는 시어머니께

“엄마! 사실 엄마가 사준 옷 어떤 건 좀 별로야~

그만 사세요! 아니면 내가 사달라고 하는 것만 사주세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진즉에 말하지~

알았어~ 알았어~ 우리 아들이 사라는 것만 살게요~

다른 건 없으세요~ 아드님~“

시어머니는 그렇게 오빠와 통화만 하시고 끝으셨습니다.

나는 그 순간 이게 뭔가? 뭐지! 멍 할 뿐이었습니다.


11. 포트리 -3년 차 며느리

뉴저지에 새로 생긴 사우나를 친한 엄마와 같이 갔습니다.

둘러보면서 구경도 하고 점심식사도 할 겸 식당 쪽으로 같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어머니께서 친한 친구분들과 식사를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시어머니도 새로 생긴 곳이어서 친구분들과 오신 것 같았습니다.

같이 간 친한 엄마 역시 며느리라서 그런지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지 둘이서 동시에 얼굴을 서로 한번  마주치고 탈의실로 약속한 듯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친한 엄마는 이해한다는 듯이 나가자고 합니다. 나 역시도 미안해~ 내가 점심 살께!  순두부집에 가기로 정하고 나왔습니다.  순두부 집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나와 친한 엄마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며느리의 심정은 서로가 며느리이기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인가 봅니다.


12. 브루클린 -3년 차 며느리

시어머니께서 아침부터 전화를 하셨습니다.  

시누이가 집으로 온다고 와서 점심준비를 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시누이가 먹고 싶다는 음식들을 주욱 말하십니다.

시간에 맞추어서 필요한 장을 보고 한가득 사가지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시누이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힘들게 음식 할 필요가 없는데~”

나는 속으로 말이야 방구야! 차라리 아무 말이나 안 했으면…

그러자 시어머니는 “얘가 원래 사람들 한테 신세지는 걸 안좋아해서 그러잖니!”

정말로 초록은 동색이다(초색(草色)과 녹색(綠色)을 합하여 초록이라) 같은 색이었습니다.


13. 브롱스 -4년 차 며느리

시어머니께서 아침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손녀딸이 보고 싶다고 잠깐 들르라고 하십니다.

세 살 된 딸과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빵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손녀딸이 천천히 걸어서 들어가니 처음에 보자 기분 좋아하셨는데 한 10-15분이 정도 지났나? 시어머니께서 피곤하시다고 점심은 집에 가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그 순간 나와 나의 딸이 여기에 왜 있나 하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14. 보스턴 - 6개월 차 며느리

결혼 후 처음 같이 하는 시어머니의 생신입니다. 남편과 생일선물 대신 용돈을 준비하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잘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수세미가 많아 보여서 그냥 초록색 수세미를 집어 들고 시작했습니다.

한 5분 후 인가?

시어머니가  저에게 오시더니 “얘! 새아가야~ 그만 안~ 이제 내가 너에게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야 될 것이 많을거 같이 보이는 구나!“

모든 동작을 멈추게 하시고 설명을 시작하십니다. 본인 당신의 살림에 대한 방식에 대해서 먼저 수세미를 시작으로 말을 하십니다.

시어머니는 수세미를 용도에 따라서 다 다르게 색깔도 다르게 정해 놓고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핑크색 수세미는 유리그릇 씻기• 노란색 수세미는 일반 그릇 씻기•초록색 수세미는 조리용기 씻기•파란색 수세미는 수저 젓가락 씻기•친환경 수세미는 명품 그릇 씻기 또 그 밖에도 3-4가지 색이 다른 용도에 쓰는 수세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설거지 세제•비누에 대해서 알려주실 거라고 말하십니다.

끝으로 “다른 집은 몰라도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한단다!“ 하시면서 앞으로 눈에 익히도록 당부를 하셨습니다.

저는 이날 수세미 색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15. 필라델피아 - 7년 차 며느리

첫 손주이자 아들이 유치원에서 5살 생일을 간단히 하기로 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의 안내문으로 맞게 생일준비 답례품•구디백(goodie bag)을 준비하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아침에 시댁으로 오라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남편이 안부 전화를 시어머니와 하다가 유치원 생일에 대해서 전해드린 것 같습니다.

시댁에 도착해 보니 시어머니 그리고 시누이가 열심히 종이에 적어놓은 내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너희 시누이가 벌써 다해본 것들이고 아무래도 너보다는 경험이 많으니 도움을 받으라고~ 우리 첫 친손주 기좀 살려주게!“

저는 그냥 가만히 듣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저에게 시누이가 목록을 적어놓은 종이 2장과 현금을 주시면서 이렇게 준비하라고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상황이 간섭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한편으로 대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신 것 같아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시댁과의 적응은 이해하기 나름일까요?! 아니면 받아들이기 나름일까요?!


16. 버지니아 -2년 차 며느리

우리 부부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시아버지보다 시어머니가  더 걱정•조급해하십니다.

제가 남편보다 3살이 많은 연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시어머니가 문자를 보내십니다. 몸관리•음식 관리•건강 등등 잘하고 있냐고…

저는 잘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어느 날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시댁에 들리라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시댁에 도착해 보니 시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의 목사님 그리고 교회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착하자 잠깐의 예배가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목사님이 저를 위해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과를 마친 후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속마음으로  무교인 저에게는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했고•한편으로는 시어머니가 걱정이 너무 되셔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고•그래도 교회분들에 대해서 미리 언지라도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미리 알고 갔으면 놀라지않게 마음에 준비라도 했을텐데…


17. 시카고 - 24년 차 며느리

아이도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남편도 직장을 잘 다니고 나 역시도 집에서 살림 잘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오늘도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십니다.  본인아들 남편의 생일이 다가 오기 때문입니다. 한결같으십니다.

이번 생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도  24년 차 며느리 그동안 며느리로서 보낸 세월들을 무시 못하고 며느리로서 짠 밥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알아서 준비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그러자 시어머니께서도  “그래 네가 알아서 하거라~ 근데 아비가 좋아하는 굴비 한 마리는 꼭 부서지지 않게 정갈하게 부치거라 ~끝는다!”

23년 이어지는 생일날에 정갈한 굴비 준비는 계속될 것입니다.


18. 샌프란시스코 -2년 차 며느리

시어머니께서 지인에게 전해 들으셨다고 몸에 좋다는 요즘에 유행하는 그릭 요거트와 같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사 오라고 문자를 뜨문뜨문 보내셨습니다.

저는 정성껏 쇼핑을 해서 시댁으로 갔습니다. 과일을 씻고 플레인 그릭 요거트와 함께 이쁘게 그릇에 담아서 시어머니께 드렸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색이 이쁘구나! 맛있어 보이네~"

그러면서 저보고 먼저 먹어보라고 하시네요!

저는 어떻게요~ 어머님이 먼저 드셔야 되지요!

다시 시어머니는 저 보고 먼저 먹어보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저는 다른 수저로 한입 과일과 같이 떠먹었습니다.

어머니~ 맛있는데요! 상큼하고 건강해지는 맛인데요~

그러자 “알았다! ” 하시면 맛있게 한 그릇에 있는 것을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 “맛있네~” 하십니다.

저는 그 순간 내가 시어머니의 기미 상궁인가 하는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19. 시애틀 -5년 차 며느리

오늘도 비가 옵니다. 커피 한잔이 생각이 나서 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켰습니다.

낯익은 핸드폰 벨소리가 들립니다.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십니다.

시어머니는 친한 친구분이 집으로 오시기로 했고  비도 오니 시댁으로 와서 부침개 좀 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한국마켓에서 막걸리도 사 오라고 하십니다. 말씀하신 데로 장을 보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이미 시어머니 친구분이 와계셨습니다.

저는 잠깐 인사를 드리고 부엌으로 가서 씻고•자르고•넣고•섞고• 기름을 붓고 한 15장 정도 부친 것 같습니다.

거실 소파에 등을 데고 카펫 바닥에 앉아 계신 시어머니와 그 친구분께 부침개 담은 접시 그리고 막걸리와 막걸리 잔을 거실 상에다 갔다 드렸습니다.

시어머니는 드라마 틀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수고했다” 하시면서 너희 먹을 것을 챙겨서 집에 가보라고 하십니다. 오늘의 저는 시어머니의 전용 출장 요리사 인가 봅니다.


20. 뉴저지 - 1년 차 며느리

오늘은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저의 생일입니다.

오빠는 주중날이어서 저녁에 케이크를 사 올 테니 갖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라고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생각으로•신이 난 마음으로 들떠있는 것 같습니다. 친정 가족들이 생일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해줬습니다.  

그런데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점심이 지나고 오빠가 퇴근해서 돌아올 시간이 거진 되었습니다.

시댁에서 저의 생일에 대해서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혼 1년 차이지만 그동안에 시댁 가족들의 생일을 챙기고 전하고 연락을 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어머니 말씀대로 가족이 되었으니… 가족들의 생일을 챙기라는…

혼자 생각에 그들에게 나는 가족이 아직 아닌가 하는?

아니면 나의 생일을 모르나 하는• 잊었나 하는?

오빠가 케이크를 사가지고 퇴근해서 집에 왔습니다. 어쨌든 오빠와 둘이서 와인도 마시고 케이크 촛불도 불고 갖고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 첫 결혼에 맞는 생일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며늘아~ 너 생일이 언제이지? 내가 종이에 적어놓은 거 같은데~ 못 찾겠다. 이때쯤인 거 같은데~”

네~ 어머니! 제 생일 몇월 며칠입니다.

“그럼 그렇지~ 내 기억이 맞았네! 이때쯤 일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쨌든 지났지만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두 달 있으면 본인 아들 생일이 다가오니 달력에 표시해 놓으라고 하시면서 전화를 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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