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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스타벅스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며느리의 그 어떤 사연들은 계속됩니다

by 잠시 동안

시월드(媤 world)가 무엇일까?

시월드는 "시댁" 혹은 "시집살이"를 나타내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위키백과


팟캐스트를 통해 함께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며느리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소중했습니다. 물론, 며느리이자 엄마로서의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엄마’이자 ‘며느리’로서 처음 겪는 어려움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누군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 힘든 감정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작은 글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표현합니다.


에지워터 뉴저지 - 로건엄마 4년 차 며느리

결혼 4년 차 두 살 된 아이를 육아하는 전업주부입니다.

현재까지 고부 갈등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정도로 문제없는 삶이었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문자를 하십니다. 손주가 보고 싶으시다고… 데리고 오라고 하십니다.

시댁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저는 시어머니께 '로건이 도 같이 가니까는 근처에 한국 빵집 파리스 바게트가 어떨까요?'

그러나 시어머니는 스타벅스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아들과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도착하셔서 주문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 시어머니는 뜨거운 라테 그리고 로건이는 우유를 사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어미야!

그거 사지 말고 그냥 우유 좀 달라고 해라~”

어머니~

어떻게 그냥 달라고 해요… 여기 로건이 가 좋아하는 우유 있어요…


“어미야!

그냥 달라고 해라~ 그냥 준다고! 내 같이 골프 치는 친구들도 그렇게 해서 손주들한테 줬다!!! “

저는 어쩔 수 없이…

‘우유를 따로 좀 주실 수 있나요?!’

직원은 물어봅니다.

레귤러 우유•저지방 우유• 무지방 우유 어떤 것을 바라는지…?!

레귤러 우유로 주세요…

엑스프레스 컵 보다 조금 더 큰 컵에 담아서 주었습니다.


저는 주문한 것을 가지고 자리로 와서 앉았습니다.

시어머니는 기분 좋게 “로건아! 이거 마셔보세요~ 야미 와이트 밀크~”


로건이는 두 살입니다.

작고 귀엽고, 무엇보다 잘 웃습니다.

오늘도 그는 스타벅스에서 받은 작은 우유 한 잔을 너무나 행복하게 마셨습니다.

손에 꼭 쥐고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걸 가진 아이처럼 눈이 반짝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어쩐지 허전했습니다.

아이가 마시는 그 우유 한 잔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보는 시어머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분은 말했습니다.

“요즘은 매장에서 우유를 무료로 요청하면 그냥 준다더라.”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길 행동이었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낯설고 불편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람은 겪어 보아야 알고, 물은 건너 보아야 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약 30-40 분쯤이 지나, 시어머니는 피곤하시다며 자리를 일어나셨고, 나와 로건이는 정중히 인사를 드린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우유를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그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커피 한 잔을 사지 않더라도, 그 우유를 내 돈으로 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로건에게 미안했고, 내 마음에 미안했습니다.

오늘, 로건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우유를 마셨지만, 그 우유는 내가 진심으로 건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Can I ask for free milk at Starbucks?

스타벅스에서 무료 우유를 요청할 수 있나요?

So you are allotted 4 ounces of milk for free in a drink that is not primarily made up of milk. For instance you can order an Iced Coffee and ask them to add half and half to it and they will not charge you for it. However if you order a latte and ask for it to be made with half and half you will have to pay for it. July 28, 2019

음료의 주 성분이 우유가 아닌 경우 무료로 4 온스의 우유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거기에 반반을 추가하라고 요청하면 추가 비용이 청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테를 주문하고 반반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7.28, 2019

결론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주문했을 때 우유를 부탁하면 4온스 양의 우유를 무료로 제공받아 개인적으로도 첨가해서 마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로건엄마, 4년 차 며느리는 오늘도 배웁니다

오늘 나는 시어머니의 뜻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크게 보면 아무 일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오래도록 불편함이 남아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우유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건 서비스니까, 원래 다들 그렇게 하니까,

공짜니까 괜찮다는 말들.


그러나 나에게 그 순간은 작은 죄책감과 질문들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남들도 다 하니까”라는 말에 기대어, 내가 진심으로 원하지 않았던 행동을 선택하게 만든 건

결국 ‘거절하지 못한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는 단지 시어머니의 기분을 해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그 마음 하나로 어떤 경계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앞으로는 ‘누구의 요구인지’보다, ‘어떤 선택이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자.

그 요구가 시어머니의 것이라 해도, 내 판단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나에게는 로건이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책임을 지고,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이 조용한 불편함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장의 조각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 4월 9일 추가 글을 올립니다.

에지워터 뉴저지에서 4년 차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는 로건 엄마의 사연을 글로 옮긴 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개인적으로 댓글까지 남겨주셨습니다. 그 마음들 하나하나가 고맙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의 마음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은 마음이 더 복잡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더 쉽게 공감하게도 됩니다.

사실, 로건 엄마의 사연과 비슷한 사례는 이미 한국에서도 기사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느꼈던 문제의식이 제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연 역시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먼 타국의 이야기, 또는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기엔… 어쩐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누구에게든,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국경이나 문화의 차이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일을 통해 ‘무료’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단순히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책임과 존중, 태도까지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탓을 하기보다는, 어떤 방향이 더 건강하고 온전한지 스스로 묻고 선택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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