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이곳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공간에 글을 남기고 • 누군가가 그것을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전히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신경안정제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작년부터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전달 3월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고 나는 회복실로 옮겨졌다.
천천히 • 아주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하얀 회복실의 공기는 조용했고 • 천천히 사람들의 목소리 • 희미하던 시야가 점차 또렷해지고 • 천장의 불빛 • 기계음 • 담요의 촉감이 하나하나 의식되었다.
나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온몸에 전해졌다.
그때 문득 • 한 얼굴이 떠올랐다.
나의 딸.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심장이 더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깨어나서 여기 있다.
그리고 다시 • 딸을 볼 수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했다.
의사의 권유로 한 달간 회복 기간을 가져야 하며 • 이후 여섯 달간의 물리치료가 예정되었다.
세 번째 수술로 익숙해질 법도 한 • 회복 기간의 시간이 여전히 낯설고 • 조용히 견뎌내야 하는 이 고요한 반복이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오늘 하루를 또 무사히 마쳤다.
그런 어느 하루 중 •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약한 영웅“이라는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학생 연시은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내내 • 조용히 • 단단하게 아픔을 견뎌내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내 안의 묵묵히 오래된 아픔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 설명이 필요 없는 아련한 슬픔이 마음 깊숙한 곳을 조용히 건드렸다.
전학생 범석.
자격지심과 애정결핍 속에서 엇나갔고 • 결국 슬픈 결말을 만들었다. 불안정한 환경과 성격이 그를 더 흔들리게 했고 • 수호에게 상처를 준 건 분명 잘못이지만 한 인간으로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결국 개인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스며들게 했다.
그리고 수호.
그는 결코 약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끝까지 강한 영웅이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의 마지막 병실 장면에서 수호가 식물인간으로 남게 되는 결말은 "약한 영웅"이라는 제목과 연관되기 위해서 • 그리도 슬프게 식물인간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내게는 잠시 동안 먹먹하고 씁쓸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인간들은 자기만의 방식 • 그 자체로 약한 영웅이자 강한 영웅일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버텨낸 하루는 흘러가고 • 또다시 다가오는 시작되는 새로운 하루를 그들은 담담하지만 당당하게 맞이할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약한 영웅:
태어나서 이렇게 폭력 • 싸움 • 피 •아픔의 감정이 보이는 많은 장면들을 보면서 나의 눈을 가리지 않고 • 나의 몸을 돌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