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2화 : 첫날밤에 개미의 눈이 되다

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by 잠시 동안

혹여


신이 물으신다면

지옥이 존재하는가?

나는 이렇게 답을 할 것입니다.

생명이 다하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신이 물으신다면

천국이 존재하는가?

나는 이렇게 답을 할 것입니다.

생명이 다하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생명이 다해서 가는 곳의 존재를

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곳이 살아서 갈 수 있는

현실에 현존하는

지옥일 수 있는 곳

천국일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180도 다른 주위 환경과 계절

180도 다른 생활 습관과 문화

세계에서 모든 것을 빠르게 먼저 접하고 존재하는 곳

경찰차 그리고 소방차 소리가 시그니쳐인

하루에도 빠짐없이 들리고

하얀 연기가 길거리 맨홀에서 날리는

바쁘게 돌아가는

잠이 전혀 들지 않는

사과섬의 삶으로부터…

나의 생명에서

나의 인생에서

나의 살아온 모든 시간을 뒤로하고

태어난 지 거의 삼 년이 된

나를 숨 쉬게 하는 나의 딸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도착한

캘리포니아의 땅에서

새로이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시작을…


캘리포니아의 한 로컬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냥 한숨만 나왔습니다.

괴로움뿐입니다.

답답함이 나의 온몸을 감싸는 것 같습니다.

먼저 짐을 찾고

정해진 게이트에서

예약된 우버를 타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다 싫고

불편한 느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과 비행기 여행으로

해맑고 신나 보이는 딸아이를 보고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조금은 괴로움이 사그라지는 것 같습니다.

잠시 씻고 나서

간단한 짐을 풀고

룸서비스를 시켰습니다.

남편은 나를 위해 와인을

그리고 본인은 위스키를 주문한 것 같습니다.

룸서비스가 배달되고

나는 위스키에 손이 갔습니다.

딸아이가 음식과 같이 구비된

작은 케첩병을 만지작거립니다.

보기에도 귀여운 사이즈가

딸아이 눈에도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식사 후

우리 가족은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했는지

아니면 시간차 적응이 안 돼서인지

바로 꿈나라로 떠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미리 계약을 한 타운 빌라로

이사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날짜에 맞춰

몇 시간 후에 이사 운송차도 도착을 했습니다.

운송해 주시는 분들이

이사 상자들을 옮겨 주시고

기본적인 정리를 하셨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후

이제 우리의 집에서

첫 날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게 어색할 뿐입니다.

그냥 속상할 뿐입니다.

아직도 적응하기가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딸아이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걷기도 하고

작은 발로 뛰기도 합니다.

본인의 물건이 들어 있는 상자를

하나하나 열 때마다

행복해 보입니다.

남편이 픽업해 온 음식으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밤이 어두워질수록

슬픔도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밤이 너무나 짙게 어둡습니다.

그러기에 밤하늘의 별들이

더 밝게만 빛나 보입니다.

하지만 나의 마음으로는

꽁꽁 얼은 작은 눈송이 같이

차갑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왜 그런지

슬픈 감정이 나를 찾아와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이곳이 너무나 싫다고…

여기가 살아있는 나에게는

지옥이라고…

딸아이도 이제 피곤한지

잠투정인지 보채기 시작합니다.

딸아이와 같이 메인방 침대에 누워

잠자리를 청합니다.

딸아이를 재우고

혹시 슬픔이라도 전해질까 봐…

울음소리라도 들릴까 봐…

옆으로 몸을 움직여

공간을 두고

침대 끝에 누웠습니다.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조용한

적막한 밤이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나의 인생에서

적막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찾아왔습니다.

울음이 참고 있었다는 듯이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콧물도 하염없이 흐릅니다.

콧물을 닦고

눈물을 닦고

닦아낸 후에는

마른 자국 때문에

얼굴이 따갑게 느껴집니다.

눈이 너무 부어서

눈을 떠보니

개미 눈같이

아주 작은 틈새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남편이 박스를 정리하는 것 같은…

얼마 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눈물이 다 비어 있을 즈음에

남편이 해준 말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괜찮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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