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3화 : 괜찮은 척 시작된 하루

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by 잠시 동안


토요일 아침 햇빛이

생각보다 빠르게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딸아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

작은 발소리를 내며

방 안을 이리저리 오가고,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게 웃는다.

커튼을 여는 순간,

이곳이 아직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 생각 하나로

마음 한 구석이

차갑게 움츠러든다.


남편은 이미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 향기를 맡으며

나는 잠시

마음이 풀리려는 듯

숨을 고른다.

하지만 부엌에서 들리는

물 소리와

딸아이가 탁자 위에 놓인

장난감을 살짝 밀어내는 소리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균열이

조용히 생겨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일도.

그런데도 마음은

또 한 번

금이 간 것처럼

미세하게 흔들린다.

창밖을 바라본다.

지난밤 떠올랐던

뉴욕의 불빛과,

지금 이곳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겹쳐져

머릿속을 스친다.

잠시 눈을 감고

딸아이의 작은 몸을 껴안는다.

그 작은 몸의 온기가

내 마음을 붙잡아 주는 듯하지만

그 따뜻함마저

금세 풀려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내 마음속 균열은

여전히 조용히,

눈에 보이지 않게

확장되고 있다.

나는 그 균열을

애써 막지도,

외면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저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를 견딜 뿐이다.

지금 나의 사랑하는 딸이

내 곁에 함께 있고,

나의 가족이 함께 있지만

나는 이곳이

죽을 만큼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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