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4화 : 내가, 나에게 말을 걸다

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by 잠시 동안

결국에

이곳에서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는 곳도 없습니다.

낯선 거리, 낯선 공기, 낯선 소리들.

완전히 새로운 곳.

나는 계속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다짐을 되새겨야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떠올랐습니다.

나에게

나 자신에게

전하기 시작합니다.


이전보다

더 내면이 강한 사람,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마음속 깊이

유연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 자신의

존중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후부터

새로운 환경에

연약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공간 안에

갇힌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한

적응에

긍정적인 반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부터

이겨내고

매너 있게

감당해야 할 것이다.

정신과 마음을

건강하게,

나 자신답게

지켜내야 할 것이다.

이것뿐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

나만이

해줄 수 있는

머릿속의 의지,

마음속의

용기의 되새김이었습니다.


그 의지와 용기를

믿어야 했기에

간절했기에

오늘 밤으로부터

나의 심장 속에는

엄마 빠삐욘으로서

마치 감옥 벽에

날짜 표시를

세어 가며

언젠가는

이곳을 나갈 것이라는

떠날 것이라는

다짐하는 수인처럼

이 적막한 밤에

희망의 존재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아침 8:00–8:30쯤 남편을 배웅합니다.

그때부터 나와 딸아이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나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딸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놀이터 갈까요? 책 보러 갈까요?”

딸아이가 “책” 하고 답하면

우리는 15분을 걸어 반앤 노블 책방으로 향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뛰기 시작합니다.

책을 꺼내고, 또 꺼내고,

다 보면 다시 다른 책을 고릅니다.

혼자 그림만 넘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엄마 읽어줘” 하며 무릎 위에 앉습니다.

우리는 아동 서적 코너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책방 안 스타벅스에서 딸아이는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고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아이가 남긴 샌드위치를 한입에 넣고 마칩니다.

다시 책 코너로 돌아갑니다.

또 책을 꺼냅니다.

“엄마, 졸려.”

낮잠 시간입니다.

유모차에 태우려 하면 두 팔을 벌립니다.

안아 달라는 뜻입니다.

나는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후 3시.

이 하루는

세 살이던 딸아이와 보낸 첫 일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똑같은 일과였습니다.


딸아이가 네 살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4살 프리스쿨,

5살 유치원,

6살 초등학교 1학년이 시작됩니다.

태어나서부터 모든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낸 아이.

나는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아이를 키워왔지만

공동생활의 필요성을 알기에

프리스쿨에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걸어서 30분 거리,

오렌지타운 몬테소리.

다른 엄마들은 차로 데려다주지만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에

딸아이를 조금 더 일찍 깨워 준비시킵니다.

투정 한 번 없이 잘 일어나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아립니다.

30분을 걸어 데려다주고

다시 30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알람이 울리면

또 30분을 걸어 데리러 갑니다.

아이 손을 잡고 다시 30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엄마 빠삐욘의 새로운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이 30분의 걸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포카혼타스에 나오는 허밍버드도 봅니다.

너무 작고

너무 빠르게 날갯짓해서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딸아이는 신기해합니다.

걷다가 달팽이도 발견합니다.

느리고 또 느립니다.

사소한 발견이지만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매일 보는 같은 길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일 새로웠습니다.


딸아이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등록을 했습니다.

발레복과 토슈즈를 챙겨 몬테소리에 데려다주고

픽업 시간에 다시 30분을 걸어갑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몬테소리 옆 건물 발레 스튜디오로 데려다줍니다.

45분을 기다립니다.

문에 작은 유리창이 있습니다.

엄마들이 몰려 아이들을 봅니다.

보고 싶었지만

몇 초만 보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벤치에 앉아

가방 안에 있던 딸아이 책을 꺼냅니다.

시간이 남아

몬테소리 안 책 코너로 가

눈이 가는 대로 책을 읽습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립니다.

“엄마~ 나 데리러 안 와요?”

깜빡했습니다.

나는 급히 스튜디오로 뛰어갔습니다.

그날 이후

기다림의 시간은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딸아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몬테소리를 다닙니다.

그래서 토요일이면

“책 보러 가고 싶어” 하는 딸아이와

다시 반앤 노블 책방으로 갑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4–5번을 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토요일 아침 11시에 도착해

책을 읽고

스타벅스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책을 읽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골라둔 책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한참을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지켜봅니다.

“엄마, 이거 집에 가지고 가고 싶어요. “

멤버십 카드로 할인받아 결제하고

딸아이에게 책을 건넵니다.

오후 2시나 3시쯤

집으로 다시 걸어옵니다.

수많은 시간과 날들을

우리는 책과 함께 보냈습니다.

반앤 노블 책방 직원 헬렌과도

세월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책방을 가고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우리에게는

지루한 하루가 아니라

매일 새롭게 느껴지는

똑같은 일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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