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베리 엄마였다.
몬테소리에 딸아이를 등록하던 날,
“혹시 반앤 노블 책방에 자주 가시지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넸던 사람.
그녀는 나와 딸아이가 늘 걸어 다니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그날 그녀가 전화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명의 엄마가 보낸 편지, 받았어요?”
베리 엄마는 그 편지를 받았고,
몬테소리에서 아이들을 픽업할 때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보여줬다.
그 편지에는
한 엄마의 고백이
적혀 있었다.
엄마 무리에게 당한
따돌림.
침묵.
아픔.
그리고 밀려남.
엄마 무리에게 복수를 표현하는
동네 엄마들에게
무작위로 보낸 무명의 편지
읽는 동안 숨이 가늘어졌다.
편지에 적힌
지목한 한 명의 엄마
엄마 무리 중,
그 동네에서 ‘다 가졌다’고 불리던
그 엄마의 가정사를 밝히는 이야기
그 지목한 엄마의 남편은,
두 집 살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같은 학교.
어느 날 가족사진 숙제가 있었고
아이들끼리 사진을 나눠 보다가
같은 아빠를 발견했다는 문장의 내용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며칠 뒤, 또 다른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 드라마에서 본 것 같지 않아?”
누군가는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아내의 자격“ 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완벽해 보이지만
주인공 윤서래의 시누이인 한명진의 친구, 강은주
비밀스러운 관계를 숨기고 있었던 인물,
그리고 혼외자의 반전.
사람들은 말했다.
“무명의 편지 속 두 집 살림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그 부분을 모티브로 사용 한 거래. “
카더라였다는 소문이었다.
심지어 그 소문은,
그 드라마와 관계가 있는
누군가가 이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덧붙으며 점점 살을 붙였다.
근거는 흐릿했지만, 이야기는 점점 또렷해졌다.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보다 빠르게 퍼졌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동네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야기를 원한다.
자극적이고
비밀스럽고
도덕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이야기.
누군가의 불행은
늘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
무명의 편지를 쓴 사람,
엄마 무리에게 상처를 받은 한 엄마.
그러나 그 편지는
곧 소문이 되었고,
소문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았고,
이야기는 드라마와 섞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렸다.
그 사이에서
진짜 아픔은 점점 작아졌다.
나 역시 종종 그 엄마 무리를 본다.
그들은 여전히 함께 서 있고,
그들은 여전히 웃고 있다.
그리고 나는 들었다.
그들이 나를 이렇게 부른다고.
운전 못하는 엄마.
뚜벅이 엄마.
혼자 다니는 엄마.
티 나게 책 읽는 엄마.
아침에 딸아이를 몬테소리에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
그들이 한 차에 함께 타고
창문을 내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가끔 느낀 적이 있다.
슈퍼마켓에서도 마주친다.
나는 얼굴을 들고
쇼핑 카트를 밀며 지나간다.
그들의 말은 크고 또렷하게 들린다.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항상 둘 이상.
항상 무리로.
혼자 선다는 것은
그들에게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할 수도.
시간이 흐른 뒤
무명의 편지를 보낸 엄마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 갔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그 소문을 들으며
누군가를 따돌리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것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그런데 어른의 세계, 엄마 무리의 사이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을 소금 같이 절인다.
나는 오늘도 같은 길을 매일 걷는다.
혼자서.
그러나 고립되어 있지는 않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시간,
책을 읽는 기다림의 시간,
말없이 견디는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무명의 이름으로 남지 않는다.
나는 기록한다.
이 글은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돌림에
누군가가 겪은
아픈 흔적이 사라지지 않기 위한 남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