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9화 : 유명해지기 전, 그 와인잔 건배

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by 잠시 동안

나는 그 유튜버를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사격 클럽 모임 3년째 즈음,

처음 만난 한 명의 한국 엄마였다.

모임 안에서 그녀는

재력 있는 집안,

경제적으로 탄탄한 남편,

육아도 잘하는 완벽한 엄마로 알려져 있었다.

그날도 모임이 끝난 뒤

우리는 와인 라운지로 향했다.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 회원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친한 사이인가?”

“내가 예민한 건가?”

하지만 다시,

그리고 또다시

그 손길은 이어졌다.

술에 취한 기색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불편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 장면을

나만 이상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순간,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먼저 가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내가 실례를 한 것 같기도 했다.

모두가 괜찮다는데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모임에서

그녀가 먼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남편이 짧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순간,

그날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와인잔 두 개가

가볍게 맞닿았다.

맑고 짧은소리였다.

짧은 건배가 오가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표정은 밝았다.

변명도, 당황도 없었다.

그냥 꺼리낌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집안의 결정으로 결혼했고,

혼전 합의서에 따라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간다고.

“누구라도 쳐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녀는 웃었다.

그제야 알았다.

모임 사람들은

이미 그녀의 삶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 장면은

누군가의 일탈이 아니라

그녀가 승인한

‘선택 목록’ 중 하나였다는 것을.


차 사고로

장애인이 된 이후

7년 동안 다니던 그 모임에

나는 더 이상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몇 년 뒤,

그녀는 유튜버가 되었다.

조회 수 수십만,

수많은 구독자를 가진

유명한 채널이었다.

나는 느낀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의 목록을 들고

같은 세상을 걷고 있다는 것을.

화면 속 모습은

그 목록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도.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이혼 소식을 알렸다.

지금도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이 승인한 목록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그 선택을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어느 날,

그녀에게서 짧은 문자가 왔다.

내가 출간한 전자책을 언급하며,

“너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쓴 것 같아요.”

문장 끝에는 웃는 이모티콘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한 문장의 메세지와 서명을 담아

카피 본 한 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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