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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Lee Sep 09. 2016

마음 여행 준비

마음여행 이야기 06

상담, 마음(무의식)의 바다로 떠나는 여행

  상담 받은 지 2개월 정도 지날 즈음 꿈을 꾸었다.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한 가운데 멈추는 차. 운전석 상담선생님과 조수석의 내가 보였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꿈 이야기를 상담시간에 나누었고, 내 마음 여행의 동반자로 상담선생님을 초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할 때 여행으로 따지면 상담사는 가이드이고 내담자는 여행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담자는 치료받기 위해 상담실을 방문한 사람을 의미한다. 99%자유여행이면서, 1%의 가이드가 필요한 여행. 상담사와 내담자는 마음이라는 여행지를 지나며 치유라는 최종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지이다. 그리하여 나는 상담받기로 결심한 사람에 대해 감히 '마음 여행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나도 상담 받고 싶어. 주변에 괜찮은 선생님 좀 소개해 줘.


  상담일을 하던 초창기, 위와 같은 부탁을 들을 때면 내 주변 훌륭하고 좋은 상담선생님들의 연락처를 아무 조건 없이 주었다. 그들 중 실제로 상담을 지속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이다.


  왜 그럴까? 상담이 무엇인지, 상담을 언제 받아야 하는지, 상담을 받기 위해서 본인 또한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준비한 만큼 즐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 오늘은 특별히 상담을 받고 싶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준비하면 좋을 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개인적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상담 받고자 하는 동기와 상담(사)에 대한 기대를 분명히 하자.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지금과 다른 삶은 다르게 표현하면 이전의 삶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함은 물론, 나아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었다. 그렇다.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불행했고, 불안했고, 두려웠고 심지어 이따금씩 찾아오는 공포가 숨막혔고 지긋지긋했다. 한 마디로 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고, 배우고 싶었다. 이런 나의 자발적인 동기는 상담에 대한 기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반면 동기부족이 가져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나도 분석 받아봤어. 1년 정도. 근데 아무 것도 없더라. 그래서 그만뒀어.' 심리학 석사를 전공했던 친구의 평가였다. 학교 교수님이 자기 분석이 중요하다고 귀에 딱지가 앉게 얘기하길래 한 번 해봤다는 것이다. 한 번 해본 것 치고는 꽤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상담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내면 중 일부는 새로운 방식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두 손들고 환영할까? 안타깝지만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것을 상담에서는 저항이라고 한다. 저항은 상담 기간 내내 일어난다. 그리하여 별다른 전화없이 상담을 빼먹기도(수동공격의 대표)하고 상담 시간 내내 잠을 자는 등 다양한 형태로 상담이라는 새로운 체계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한다.


  동기가 분명하면 본인 내면의 일부가 보내는 방해 공작을 잠재우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반대라면 쉽지 않다. 그나마 상담실에 와서 적극적인 형태로 저항하면 상담사와 함께 그 부분에 대해서  잘 다루어 나갈 수 있다. 1년 정도 상담을 받다가 관두었다는 친구에게서 나는 동기의 중요성을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나는 상담을 권하지 않는다. 이유인 즉,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기는 '무엇을 해 보았는데 별 것 없다'라는 오만함 또는 '다 소용없었다'라는 자책감으로 본인을 또 한번 가두기 때문이다.


2. 적정상담기간(최대한 장기간으로 생각하자!)


아버지: 2달이나 지났는데, 왜 아이가 바뀌지 않죠?

나: 죄송합니다. 아버님. 제가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아이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많이 답답하시죠. 그런데, 아버님 저 친구가 저렇게 되기까지 18년이 걸렸는데, 제가 일주일에 한 번 50분씩 8번 만난 게 전부인데 그게 가능할까요?

아버지: 아니 선생님 같은 분은 전문가니까 단 기간에 변화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2개월 정도 상담했던 학생의 아버지와 나의 대화이다. 당시 아버지의 반응은 냉소 자체였다. 참 아팠고, 한 동안은 무력감으로 몇 일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이것이 전부였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보통 상담은 삶의 어떤 부분이 이전과는 달리 어려울 때 진행되었다. 나의 경우를 얘기해 보면, 마음의 어려움은 단 기간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었고, 평생에 걸쳐 오는 어떤 힘과도 같았다. 이처럼 평생을 등에 업고 오는 문제 앞에 단 기간 상담이라는 해결책은 뿌리 부터 썩어 뽑아버려야 할 나무를 가지치기만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오늘까지도 이렇게 씨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담은 마음의 지형 즉,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짧은 기간 안에는 어렵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은 물론 그럴 수도 없다.'  이것이 내가 4년 넘게 상담을 경험하고 5년 동안 상담하는 일을 하며 깨달은 바이다.


  물론 각 사람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상담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딱히 몇 개월, 몇 년이라고 기간을 이야기 할 순 없다. 상담 기간을 정함에 있어서 상담사와 함께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3. 어떠한 경우에도 주 1회 정해진 시간에 상담실 의자에  앉자.


  상담을 지속하는 것은 어지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상담 장면에서 꾸준히 마주하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그대로 나 자신과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그렇기에 어떤 날은 상담을 빠지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이겨내기가 정말 어렵다.


 약속 된 상담일에 상담을 받고 싶지 않은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보통 대체적으로 드러나는 궁극적 목적은 수동공격에 있다. 쉽게 말해 수동공격이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 또는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상담시간에 상담을 빼먹는 것은 이러한 수동공격의 개념을 현실화 하는 것이다.


나: 오늘 정말 오기 싫었어요.
상담 선생님: 그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 같아요.

나: 잘 모르겠어요.

상담 선생님: 오셔서 오기 싫었다고 이야기 해주시니까 참 좋네요. 뭐라도 해 볼 수 있으니까요. 하다 못해 이렇게 솔직한 선생님 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요.


  나 또한 그런 날이 있다. 가기 싫은 날 일수록 1시간 먼저 상담실 근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준비한다. 사실 부끄럽지만 돈이 아깝기 때문이 가장 크다. 어찌되었건, 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오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상담 선생님은 그것이 수동공격임을 알아 채고 잘 다루어 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담실 의자에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앉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4. 그 이외에 것들


1. 비용과 시간
2. 여러 상담사와 예비만남하며 상담사 선택하기


  1) 비용과 시간

  내가 사는 지역은 보통 1회기에 5~10만원 정도로 상담료가 책정되어 있다. 물론 2배 정도 비싼 곳도 있다. 그런데 비용을 정함에 있어 핵심은 당신이 느끼기에 상담료가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상담 선생님은 나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고려하셔서 적정 상담료를 반영해 주신다. 상담이라는 장 기간의 마음 여행에서 많은 부담은 금새 포기해 버리고 도망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이유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반면, 부담이 너무 되지 않아도 상담을 지속하기 어렵다. 본인 수입에 비해 저렴한 상담료는 상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아지게 만들고 결국 상담실 의자에 앉으려는 의지를 보다 쉽게 꺾어 놓는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본인이 부담하기에 적정한 수준의 상담료 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 1회 상담 시간은 당신이 생각 할 때 규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금요일로 정하여 한 주의 마무리를 상담실 의자에 앉아 하는 편이다.


  간혹 이런 말을 듣는다. '꼭 주 1회씩 받아야 하니?' 이 대답에 대해 나는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해 보고 싶다. 감기에 걸려 병원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의사는 꼬박 꼬박 제 시간에 약을 챙겨먹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한다. 이유인 즉, 일정 간격으로 약을 투여하여 효과를 일관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럴 때에만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나는 상담 또한 이와 같은 원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보았을 때 주 1회가 가장 적정한 간격이었다. 상담은 현실의 삶이라는 연속성 가운데 어려움을 함께 하는 것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주 1회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2) 여러 상담사와 예비 만남하며 상담사 선택하기

  좋은 가이드에 해당하는 상담사와 좋은 여행자에 해당하는 내담자 간에도 궁합이 있다. 실제적인 삶의 기술보다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나의 상담 선생님은 합이 잘 맞는 편이다. 상담을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2~3명 정도의 상담사를 추천받아 예비 만남하며 선택 하는 것이 좋다.

예비 만남에서 살펴 보았던 것.

1.  상담사의 이력 및 치료개입 방향에 대한 근거
2. 자기분석 여부(상담사가 받는 상담)
3. 비밀보장 범위 합의

나는 이 세가지 정도 기준에 대해서 예비 만남에서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었다.

 치료방향의 근거가 되는 상담이론은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이론이 본인과 맞는 지 사전에 살펴본 뒤, 예비 만남을 가질 상담사를 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개인적으로 비밀보장에 대해서 철저히 지켜줄 수 있는 지 사전에 확인하였다. 각자 본인이 생각할 때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려하고 상담사와 대화할 것을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사의 경력이나 이력을 묻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하지만, 상담 또한 엄연히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서비스이다. 그렇기에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볼 수 있다.  

 나의 경우 상담선생님의 치료의 근간이 되는 학파 정도만 확인을 했다. 하지만 학위와 유명인 여부로 선택하지 않았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근무해 보면 학위와 상담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예비 만남 때 현재 나의 상담 선생님은 거리낌없이 본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셨고, 내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하셨다. 앞서 말한 부분에 대해서 상담선생님과 합의하여 현재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상담은 '한 번 해보고 아니면 그만하지'라는 동기를 갖고 떠나기엔 너무나 아깝고 귀한 여행이었다. 그렇기에 혹 상담을 받고자 마음 먹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잘 준비하고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이런 글을 준비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상담(마음여행)을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아픔이 온갖 회유와 설득으로 당신이 나아지는 것을 가로 막을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의 아픔은 당신을 그곳에 영원히 가두려 할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부디, 마음여행을 떠나는 당신의 내일이 한 걸음 더 치유에 가까워지길 나의 신께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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