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존기
기차역 플랫폼에서, 기차 출발까지 1시간 남짓 남아 서점에 들렀다.
시집 하나 집어 들었다.
집까지 오는 2시간 중 1시간을 남겨두고 시집 하나 뚝딱 읽었다.
시인이 그 시를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생각하니 나는 참 예의 없는 독자이지 싶었다.
시를 읽는 1시간 동안 따스해지는 마음에 미소 지었다.
때로 어떤 시는 한 동안 멈출 수 없는 눈물로 주위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도 했다.
그리고 남은 한 시간.
좋은 글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내 마음 저 깊은 곳 스치는 섬광.
진정 좋은 글은 주어와 동사뿐이다.
형용사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단순한 글..
형용사는 당신의 몫으로 남기는 그런 좋은 글..
나와 만나 대화를 만나는 이들의 마음속에
부디 그들 스스로 건져낼 형용사들이 넘쳐 나길 빌어본다.
부디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