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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꽃 Jul 12. 2024

자신을 살피지 않는 열의는……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조금씩 오락가락하는 날 텃밭에 갔다. 닷새 만이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출석 체크라도 받듯 텃밭을 찾았는데, 오래 쉬었다 발걸음을 하는 셈이었다. 내 밭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수박에 비닐 지붕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장마 때는 상추도 수박도 녹아버린다는 얘기가 생각나서였다. 석 달의 경험상 텃밭 선생님들의 말은 믿거나 말거나지만.     


텃밭에 마음이 좀 뜸해진 것은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손이 얼얼한 느낌은 계속 있었는데 2주쯤 전부터 통증이 느껴지고 손가락을 폈다 구부렸다 하는 게 불편했다. 왼손은 약간, 오른손은 많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약간의 염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 세 번 진통소염 알약을 먹고 수시로 젤 마사지를 하고 있다.      


호미가 할 일을 몽땅 손으로 한 대가였다. 처음엔 모종삽이나 호미를 사용하다가 자전거 바구니에 모셔둔 후, 손으로 고랑을 파고 모종 심을 구멍도 파고 뿌리가 깊은 잡초들을 손에 온힘을 주어 뽑아낼 때는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생각지 못했다. 보통 이하의 체력에 “약해 보인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 주제에 말이다. 손을 사용하는 모든 일이 조심스럽다. 되도록 오른손보다 왼손을 사용한다든가, 머리 감을 때 손가락에 힘을 빼고 슬슬 두피를 만진다든가.      


닷새 만에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조롱조롱, 다 큰 고추도 주렁주렁, 조그맣던 가지가 길쭉 큼직하게 매달려 있었다. 우산을 받고 몸을 수그린 채 엉덩이가 젖는 줄도 모르고 툭툭 톡톡 따낼 때는 손가락이 아픈 줄을 몰랐으니 텃밭의 마법이었나?      



오락가락하던 비가 멈추고, 수박이 있는 자리에 어설프게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빗물이 바로 스며들도록 뿌리를 내린 부분과 지붕의 경계선을 맞추었다. 하루하루 성장의 속도를 보여주었던 수박 두 개는 ‘이제 조금만 더 크면 더 이상은……’ 하듯 아주 조금 부피를 늘린 정도라 '마트의 수박 절반 크기'로 기대를 줄였다. 그만큼이라도 어디야.   


큰 비닐봉지에 한 가득 수확해온 작물들은 여전히 뿌듯함을 안겨준다. “정신 건강에 위기가 왔다면 상담실보다 텃밭으로”라고 말할 만큼 충분한 힐링이 되었던 텃밭 농사,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 토마토와 수박과 가지를 다 따먹을 때까지 내 손이 얼마나 회복될지가 관건이다. 고질병이 아니니 이 여름이 지날 때쯤엔 손가락에서 염증이 사라지고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하여  엄마에게 주문받은 총각무를 심을 수 있게 된다면…… 되겠지?


나 자신을 아는 데 특별한 대가가 따를 때가 있다. 텃밭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머리도 마음도 과하게 쓰면 부작용이 생기듯, 몸도 과하게 쓰면 병이 생긴다.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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