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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갖는 의미

공간은 단순히 공간이 아니다.

평방미터당 1800만원으로 평가받는 공간은 그 크기와 단순히 벽과 천장으로 막혀서 이루어진 공간 자체를 넘어서는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은 특정 공간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비한다. 학교, 카페, 직장, 집 우리가 부르는 이런 단어들은 벽과 천장으로 분리해 놓은 공간에 특정 내러티브라는 의미를 부여해 만든 공간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좁은 범위에서는 트랜드가 바뀌고 큰 범위에서는 패러다임, 역사가 변화하면서 공간을 나타내는 새로운 키워드가 생겨난다.

지인 중에 몇몇은 친구들을 모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름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 방에 공간을 월세 몇명이서 분담하고 Wifi를 설치하고 개인 공간과 책상을 놓고 공간을 꾸민다. 정기적으로 세션을 열어 지인의 지인의 지인들을 초대해 때로는 커피를 마시기도하고 때로는 여행경험담을 발표하고 때로는 조그마한 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런 일종의 공간의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전에 없던 누군가 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항상 눈에 띄며 때문에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일이며 많은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때문에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일들을 벌리는 입장이기보다는 큰 에너지 들이지 않고 제 3자 입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참여하고 즐기고 평가한다. 때문에 그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높게 평가받는 것이겠지.

 

강남을 자주 가는 편인데 강남역의 도로변에 나와있는 키가 큰 빌딩들의 1층 샵들은 정말로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가 오고 나간다.

그 중에 없어지지 않고 오래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엄청난 유동인구를 만들어내는 샵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욕조에 한번 풀면 화려하게 보글보글 거림을 발산하다가 금새 흔적조차 없어지는 물건이 있다.

Bath Bomb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한번 쓰는 것 치곤 내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닥 유용하고 쓸모 있는 실용적인 물건도 아니고 그 쓰임이나 주는 1회성 가치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 샵에서 가장 저렴했던 것이 12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실제 강남역에 있는 LU** 매장에 가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내가 경험하고 개인적으로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직원들 전부 굉장히 쾌활하고 항상 웃고 있고 고객들에게 말을 걸고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물건을 진열했다기보다는 물건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놓았다. 

실제로 가보면 정말 남녀노소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제품을 시연해준다. 스크럽 제품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샌가 옆에 와서 친절한 목소리의 톤으로 설명하며 어느샌가 고객의 손에 직접 스크럽을 문지르고 설명하며 사람이 느끼기에 아주 편안하게 느낄 만한 온도의 온수에 손을 씻어 피로감을 없애준다.

내가 볼 때 LU**매장이 무엇을 파는가? 물어보면 '사용자 경험'을 팝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경제적으로는 꽤나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표면적 경제가 발전했고 현재 문명의 수준과 흐름에 맞게 웰빙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웰빙은 결국 새로운 경험 추구로 이어진다.

트렌드 적인 측면을 바라보면 이건 약간 사회적인 일시적 트렌드로 보인다만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미 언제, 어디서든, 어떤 물건이든 웬만한 물건은 쉽게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 귀족 시대에는 소유할 수 있는 물건에 차이가 엄연히 존재했고 전쟁 직후 못살던 시절에는 바나나나 짜장면 사 먹을 돈도 없을 정도였으나 이제는 짜장면이든 바나나든 근처 마트에 가거나 인터넷에 검색만해도 하루만에 배송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쉽게 언제나 얻을 수 있으니' 그 대상을 바라보는 가치가 낮아진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논문을 쓰고 분석을 해서 내린 정량적인 결론은 아니다만 '꽤나 맞는 말'로 느껴진다. 그러니 공간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라는 네러티브가 그 공간의 평당 면적의 가치를 늘리는데 강력한 도구 혹은 전략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집 근처 공원에 위치한 자주 가던 카페거리를 걷다 우연히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들어간 곳에서 식사를 했다.

이 곳은 여느 이탈리안 식당과 다를 것 없이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리조또 등을 팔았다. 하지만 들어 가자마자 받은 느낌은 꽤나 신선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테이블에 놓여있는 높은 퀄러티의 음식 비쥬얼도 한 몫 했겠지만 그에 한가지가 더 있었다.

BREAD BUFFET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1인 1메뉴를 시키면 식사 동안 계속해서 방금 구운 빵을 종류별로 계속 서빙 했다. 이게 꽤나 기분 좋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매번 나오는 빵들의 퀄러티는 내가 먹어본 빵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방금 구워서 연기가 모락모락 났고 빵 종류도 훌륭했으며 빵 만드는 실력도 전문가임에 분명했다 (내 생각에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만족감을 높여주었을 것이다.

 

퇴사를 한 후에 일을 벌리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있거나 가능성을 확인해 보지 못했으나 어쨌든 여러 방면에 일을 기획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가 무언가 파는 것의 대부분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것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 플랫폼이든 말이다. 무엇이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가치 있음'을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재밌어서 새로워서 계속 있고 싶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는 결국 어떤 공간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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