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에 담긴 시선과 감정, 그리고 우리의 과제
"장애인이라고 불릴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
"뭐. 장애인인 게 사실인데요."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눈 짧은 대화였다.
이들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은 내게 깊이 있게 다가왔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순간은 장애를 경험한 이후 마주한 시선의 변화와 오랜 시간 속에서 마음에 새겨진 수용의 감정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사회 분위기 탓에 장애인을 마주하는 일이 드물었고, 그 낯선 상황은 종종 어색함이나 시선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곤 했다. 아이에게 “쳐다보지 마!”라고 말하는 것도 배려라기보다 내 불편함을 감추는 방식에 가까웠다.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1990년 '장애인복지법' 제정 이후 법적, 행정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장애우가 도와줘야 할 친구라는 시혜적 의미를 담고 있어 장애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의무화되고, ‘장애 감수성’이라는 단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그 덕분인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보다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
경사로, 점자블록, 수어 통역 같은 요소들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제로 구현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처음 의도와 다르게 그 의미가 왜곡되거나, 무심코 차별적인 방식으로 쓰일 때가 있다.
'장애를 앓는다.'', '장애자', '장애우', '정상인', '일반인'과 같은 표현이 오용되기도 하고,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여전히 무의식적 경계와 거리감이 남아있다.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에 종종 혼란을 겪는다.
사람들은 종종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는다.
어쩌면 그건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성일지도 모른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제하는 일은 흔하다.
그렇기에 '장애인'이라는 지칭 그 자체가 '장애인'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애와 비장애. 그 구분은 필요한 것일까?
미국의 장애에 대한 개념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해 왔다. 특히 장애를 단순한 질병이나 신체적 결함으로 보는 의료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불편함’ 자체를 장애로 보는 사회 모델이 점차 확산되었다.
이 관점에서는 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구조와 환경의 문제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건물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건물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과거 일부 사례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인해 기능적 불편을 겪는 경우 그 상황 자체를 ‘장애’로 해석했던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언어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참여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능적 장애로 간주된 것이다.
'장애'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낸 ‘상태’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애는 누군가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구조와 시선 속에도 존재한다.
물론 장애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며, 모든 불편함이 장애로 환원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나는 그 단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장애 감수성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단지 ‘장애인을 배려합시다’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불편함을 불편하다 느끼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으로 말이다.
이러한 배움들이 쌓일수록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사회적 선과 경계는 조금씩 흐려질 것이고, 지금보다 따뜻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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