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게 되는 마음-“사실… 그때 많이 속상했어!!”
나의 감정은 늘 느린 우체통의 엽서처럼 뒤늦게 찾아온다.
당시의 감정은
한참을 돌고 돌다 아무 말도 없이 불쑥 도착한다.
분명 그 순간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엽서 한 장이 도착한다.
그 엽서엔, 그때 꾹 눌러두었던 감정이 적혀있다.
“‘사실… 그때 많이 속상했어!!”
그 당시의 내가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는
그 엽서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 그때 내가 많이 속상했었구나!!"
뒤늦게 도착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속상했었던 당시의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그때의 사람들은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뒤늦게 도착한 엽서 속 감정은
전해지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나에게만 머물러있다.
그렇게 꺼내지 못한 마음들이
내 안에 조용히, 차곡차곡 쌓여간다.
얇은 엽서 한 장 한 장이 쌓이고
그러다 어느 날
무작정 밀어 넣던 옷들이 옷장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듯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내린다.
한때는 내가 너무 둔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게 나의 큰 결점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만..
터져 나온 마음을 조금씩 추스르다 보면
문득 "나 상처받고 싶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꺼내는 일은
때로는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일이기에
엽서를 꺼내보기 위해
상처받을 용기도 필요했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지금도
내 감정들은 천천히 도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그 편지들을 옷장 안에 더 이상 밀어 넣지 않으려고 한다.
늦게 온 마음도 결국 내 마음이니까.
아프지만 소중한 내 마음이니까.
이제는 문 밖에 조용히 앉아 엽서를 기다려보려 한다.
엽서에 적힌 마음을 알아주고
그 마음을 천천히 다정하게 다뤄보려 한다.
그리고 늦게 도착한 엽서와
그 속에 담긴 상처받은 내 감정에게
이제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오느라 수고했어. 그래도 무사히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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