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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민트 Jun 10. 2018

인연, 솔메이트가 있을까?

새벽 한 시가 다 된 시각.

스르르 잠에 빠져드는 순간, 카카오톡 알림음이 날카롭게 울린다.

두 달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다.


‘내 짝이 있기는 한 걸까?’




인연은 꼭 있어


이별로 인한 친구의 아픔과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가 짧은 문장 안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친구의 좌절감에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새어나온다.


20대~30대 초반 이별의 아픔은 자책과 자괴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흠집, 실수, 문제로 인해 상대가 나를 떠나게 된 게 아닌가 고민하고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관계에서 이별은 한 사람만의 잘못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0대 중·후반부터 겪는 이별에서는 자책보다는 절망감과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 사랑, 인연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결혼 전 거듭된 이별을 겪으면서 나도 같은 절망감을 기졌다. 

그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데 당연히 네 인연이 있지”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소개팅이 반복돼도 연인으로 발전되지 못할 때, 가슴 아픔 이별에 맞닥뜨렸을 때 그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근거가 빈약하다.  

결혼을 원하지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한'모태솔로' 47살 사촌오빠나, 결혼 한 달 만에 이혼해 여태껏 혼자인 50대 부장을 보면 소울메이트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세상 모든 이를 짝지어 놓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따라서 '네 인연이 반드시 나타날 거야'라고 답변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친구의 애달픈 고민에 핑크빛 희망을 제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인연은 없어



그럼 '인연이 없을 수도 있어'가 정답일까.

정답 여부를 떠나 이별 후유증을 겪는 친구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지난 사랑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에게는 잔인한 답이다.  


게다가 ‘인연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도 없다.

세상 어딘가에 인연이, 나와 맞는 짝이 한 명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36살까지 반복된 이별에 마음의 문을 닫고 비혼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직후 4살 연하 남편을 만나 10개월 만에 결혼한 내가 그 예이다.

제 짝을 소위 결혼 적령기가 아닌 나이에도 만날 수 있다.

교직에 계시다 퇴직 후 만난 남성과 결혼을 한 친구의 고모처럼.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은 인연, 소울메이트가 있을 수도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에게 유부녀인 로테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과 바꿀 정도로 대단한 인연, 사랑이었듯.

이혼 후 42살에 만난 남자친구와 5년째 동거 중인 친구의 시누이처럼 말이다.

상대가 받아주든 안 받아주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하는 인연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미 만난 것일 수도 있다.  


다양한 케이스들이 존재해 제 짝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남자들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여자 친구가 있다.


그녀는 솔직하고 활동적이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퇴근 후에는 독서모임, 주말에는 골프 모임 등 각종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데도 거리낌 없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다보니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다른 싱글 친구들과는 다르다.

사람 만나는 일을 귀찮아하는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모임에 가끔 친구를 부르면 "모르는 사람 있는데 거길 어떻게 가", "지금? 귀찮아" 하는 답을 으레 듣다 보니 부르는 것을 피하게 된다.

이 경우,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고 결과적으로 호감 가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


사람 만날 기회를 피하면서 인연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리는 건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인연을 원하면 노력을 해야 한다.


난 친구에게 뒤늦은 답문을 보낸다.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인연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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