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플씨드 Dec 01. 2019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아이 미술 이야기


"우리 아이는 졸라맨만 그려요.

미술에 전혀 소질이 없는 것 같은데 배우면 좋아질까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 ‘잘 그릴 수 있을까요?’라는 의미 보다 그림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신반의 하며 말씀하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 대답은 당연히 ‘잘할수 있고 말구요!’입니다.


미술선생님이라 하는 말은 아닙니다.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도 그림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첫째.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 그림에 대해 포기한 부모님에게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한글을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아이는 누구든 잘 그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한글이 직선 곡선, 기울기, 방향, 위치, 비례를 구분하는 능력을 쓰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는 능력은 관찰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대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말합니다. 자전거 타기 선수가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선수가 되려면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인 자전거를 편안하게 타는 수준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한번 굳어진 미술에 대한 편견은 평생 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릴 수 있는 능력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습니다. 학교 수행에서, 관찰하는 능력에서, 이공계를 선택한다면 아이디어 스케치, 설계도를 그리는데도 그리는 능력은 필수입니다. 그리는 능력은 관찰하는 능력도 키워줍니다. 관찰은 창의적인 생각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 잘 할 수 있다면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고 굳이 평생 ‘그림 못그려’라는 생각으로 살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아이는 왜 졸라맨만 그리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자칫 잘 가르쳐 보겠다고 한 의도가 미술이 영원히 싫어지는 부작용을 낳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의 80퍼센트 이상이 남자 아이입니다. 이것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다른 특성에서 비롯합니다. 남자아이가 미술에 흥미를 잃고 졸라맨만 무성의 하게 그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개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입니다. 남자 성향, 여자 성향이라는 것을 딱 갈라 구별할 수는 없지만 신체적인 특징만큼 다른 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여자아이 먼저 보겠습니다. 여자아이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관계를 중요시 여깁니다. 특히 유치원에서는 자유활동 시간에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그리는 것을 보고 경쟁의식도 느끼지만 서로 배우기도 하고 좀 못한다 하더라도 그룹의 수준의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히려 더 잘 그리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좀 다른 성향을 보입니다. 남자아이들끼리 함께 모여 오순도순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더라도 전쟁을 하는 등 공격적인 내용이 다수입니다. 소위 ‘남자답다’라는 기질이 강할수록 승부욕이 강하고 덤벼서 승산이 없을 것 같은 경우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그림으로 승부를 해볼만 하지 않을 때 아이는 못한다고 하지 않고 ‘미술 재미 없어!’라고 표현합니다. 


"나는 그림 관심 없고 재미없다!"

라고 결론을 내리면 졸라맨은 당연한 것이 됩니다. 더구나 유치원도 학교도 학원도 가르치는 미술은 대부분 여자아이 취향 일색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은 여자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상해보세요. 

“자 오늘은 브롤스타즈의 캐릭터들이 어벤저스 캐릭터와 전투하는 장면을 그려볼까요? 아니면 무기를 만들어서 두두두~~피융피융~~~ 싸워볼까요?” 

재미있습니까? 물론 그럴수도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 어머니는 난감하실 겁니다. 남자아이들에게 공주, 꽃, 집, 나무는 그런 대상일 수 있습니다. 

“으아악, 지루해! 이것이 미술이구나, 난 미술 싫어!”


그렇다면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는 어떻게 배우는 것이 좋을까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첫번째는 좋아하는 것부터.

남자아이들의 두뇌는 역동적인데 더 많은 반응을 합니다. 평면보다는 입체에 입체도 움직이면 더 좋습니다. 정적인 풍경보다는 로보트가 움직이고 전투기가 소리내며 떠다니고 공룡이 다른 공룡을 잡아 먹는 다이나믹한 풍경에 끌립니다. 전형적인 남자아이 성향의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이런경우그림을 그리더라도 좋아하는 것부터, 그림보다는 만들기가 좋다면 재료를 다 동원해서 이것저것 몸을 쓰며 뚝딱뚝딱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미술이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를 붙이면 게임의 다른 스테이지로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미술에서도 좀 더 욕심 내고 좀 더 수준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기다려주기.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언제 ‘잘 그리는 그림(사실적인 관찰이나 표현그림)’을 그릴까요? 학교 가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라는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할 일은 아이가 배우고 싶어하는, 배우기 좋은 타이밍을 찾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미술이 재미있어졌다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신뢰를 갖게 됩니다. 선생님이 제시하는 것은 뭔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면 그때부터는 선생님의 말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왜나면 잘 그리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브롤스타즈 캐릭터를 잘 그리게 되면 얼마나 멋있겠습니까?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기다려주기, 타이밍을 찾고 조금씩 시도하기.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졸라맨에서 탈출해서 그림 자부심 가득한 아이로 변화시키는 비법입니다. 미술이 재미있고, 그림이 자신 있다면 미술을 대하는 마음, 미술을 이용하는 능력 또한 달라질 겁니다. 포기하면 안되겠지요?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잘 그리게 하는 방법들에 대한 몇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재미있으면 잘하고 

잘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졸라맨 탈출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그려요
재미있는 것 먼저 해요. 재미있으면 잘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대입시 상담하러 왔는데 공부얘기 밖에 안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