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 곳이 좋은데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학교와 교사들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많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그 후,
이런 슬픔의 파급효과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르는데
요즘 교사들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교직 경력이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겪고 있는 학교의 현실에 정말 놀랐다.
나의 교실에 없던 일이라고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
모범생이었던 교사들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얼마나 많이 힘들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이방인처럼 한 곳에 속해서 그리 몰입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애매한 위치와 관찰자적 관점이 많았던 삶 같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정말 곪을대로 곪아버린 현실에
내가 있을 곳이 이런 곳인가 하는 충격이 왔다.
한 번 직업을 바꿨던 나는, 직업을 절대 평생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언제든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이 곳을 바꾸려고도 몰입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방관자적 입장이 미안해진 건 처음인 듯 싶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진심으로 직업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늘 아침, 고요한 교실에 홀로 앉아있으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내가 꿈꾸던 교직생활, 교육과 나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려보지 않아서 막연하기만 했던..
아이들의 노트를 검사하다보니 아이들과 소통하는 이 직업이 아직은 좋은데
어쩌면 오래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일을 오래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는 나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다.
교실과 아이들은 빛이 나는 공간이자 존재인데
학교가 파라다이스라는 그 말은 언젯적 말인지..
사회가 왜 이리도 급변하는지
급변하는 사회에서 내가 지키고 가져가야 하는 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
2학기가 무겁게 느껴졌고 다소 무겁게 시작했는데,
나와 아이들, 우리 교실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그래도 힘을 내서 즐거운 2학기를 만들어가야 후회하지 않겠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기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좁혀가기를 선택하는게
교육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나도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포기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