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마음을 쓴다는 것

by 애플슈즈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나갔다.


한 학기를 지나왔다.


여름방학을 앞둔 7월,


곰곰히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한 학기였다.


다이나믹했고, 많은 일들과 상황과 감정이 오갔다.


3,4,5,6,7월 약 5개월 즈음 보내면서


나는 또다시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선생님의 권위와 위상이 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문제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났던 건 아니다.


당연히 언제나 그렇듯 갈등상황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은 있었고


모든게 어느정도 해결되고 난 지금, 지나고보면 큰 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상담도 받고 우리 반 아이도 전문 상담도 받았으며


다시 약을 먹는 친구도 먹는 친구도 있고 꾸준히 해온 상담치료를 중단할만큼 괜찮아지는 친구도 있었다.


현타가 세게 오기도 하고 한편으로 두려움이 오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강력히 집중해야 할 아이들은 각 반에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다행히도 대체로 아이들은 학기초보다 정말 많이 좋아졌으며,


얽힌 실타래가 이렇게 풀리게 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 실타래를 풀어가는 동안 내 마음이 심히 고통받을 때도 있었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서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이런 감정들이 한 학기의 시간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몇 달 밖에 안되어 보이는데 새로운 학년, 학기의 시작은 이처럼 다이나믹하다.


나는 나의 역할을 제대로 충실히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수십번, 수백번 한 듯 하다.


성취감을 얻기 위해 시작한 일이 좌절감을 주고 있을 때


그래도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갈등상황은 없을 수가 없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가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진취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했던 마음은 언제는 차갑게 얼어버리기도 했고, 지칠대로 지치기도 했고


버티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그냥 서 있는 것 같은데 지지고 볶고 내 마음은 많은 파도를 겪었다.


토요일 아침이면 홀가분하고 편한 기분과 함께 한 주를 돌아보게 됐다.


이렇게 할 걸, 이렇게 말할걸, 이랬으면 더 좋았는데 부터 시작해서,


어떤 아이들은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아이들이 내 마음에 머문다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의미가 컸다.


그만 생각하고 싶어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게 바로 몰입이었을까.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층 성장할 수 있는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냥 왔다갔다, 출근했다 퇴근했다, on & off 로 일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일이라면 내 직업으로 삼지도 못했을 거다.


오히려 일이 아까운 시간낭비가 되고 말지도 모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에 대해 나는 늘 생각한다.


매년, 매달, 시간은 흐르는데 내가 이 속에서 얼마나 나의 가치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느냐.


그리고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지까지 함께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많이 뒀는데,


내 마음 깊숙이 쉬고 싶다는 생각을 누르고 외면했던 것 같다.


얼마나 했다고 왜 또. 이러면 루저같잖아.


하는 생각에 성장지향적인 관점을 집어 넣으려 애쓰기도 했는데


애써 자기위로 하는지 몰라도 사람마다 저마다의 페이스가 있을 것이다.


일단은 방학이니깐,


그리고 내가 가꾸고 있는 우리반이니깐.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하고 다가오는 방학을 맞이해야겠다.


내 마음 편안해도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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