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시점
학급경영에 실패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년도도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펑'하고 터지게 된 사건은,
우리반의 조금 특별한 아이가 아닌, 보통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각 반마다 조금 독특한 아이는 있지 않은가,
말이 독특이지, 한마디로 손이 많이 가고 가르치기 힘든 아이들 말이다.
이전 학년에서 주의 학생들을 선별하고 각 아이들을 모든 반에 분산시켜 넣는다.
우리반에도 주의깊게 봐야 하는 아이가 있었고,
나는 걱정보다는 준비된 마음으로 맞이했다.
늘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생각했고
아이에게 다가간 나의 접근과 아이의 행동도 생각보다 좋았다.
문제는 3월 2일, 개학 첫날 전학 온 아이였다.
특이 사항을 전달받지 못해 아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산만하고 말이 많다고는 느꼈지만,
반항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않았기에
아주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아이가 공격성과 순간적인 반항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 아이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점과, 이 아이가 저 아이를 능가하게 생활태도가 신경쓰인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반은 괜찮다.
나는 우리반을 조화롭고 평화롭게 이끈다.
우리반은 안전한 공간이고
우리는 공동체이며 나도 너희도 편안한 공간이다.
나는 늘 이 프레임을 마인드셋 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3월 한 달 행복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데,
3월 말쯤부터 나의 스트레스가 점차 시작된 것 같다.
문제행동 아이들에 집중했던 탓인지,
내가 너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 편에서만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모범생처럼 보인 아이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도저히 화를 낼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
선생님은 왜 저들을 혼내지 않는가,
선생님은 왜 저 아이를 이해하라고 하는가,
우리가 언제까지 이해해야 하는가,
저 애가 우리에게 피해주고 있는게 사실인데
우리도 너무 힘들다.
"
그래..
사실,
나도 힘들다.
하나하나 신경쓰기 바쁘기도 했고, 어르고 달래 함께 하는 공동체로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도 했는데,
더이상 이대로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왔다.
나는 나름대로 포용적인 편이었고, 처음에는 아이들도 이것을 좋아했다.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보다 엄하지 않다. 화를 내지 않으신다. 개개인을 이해하신다. 조금 다르다.
일반 아이들도, 문제행동의 아이들이 처음에 보호 받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학부모 상담 시간에 전학 온 아이 어머니는,
이 곳에 와서 아이가 훨씬 안정적이 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동안 문제 행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몇몇 이야기들을 드렸더니,
아이가 부족한 부분은 양해부탁드린다고 하셨고, 잘못된 언행들은 가르치시겠다고 하셨다.
얼굴도 뵌 적이 없는 어머니께 아이에 대해 안 좋은 말들을 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해서
강하게 말씀드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담 중 지나가는 말로, 예전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어 상담받은 적이 있지만
거의 그런 증상이 없어져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
아이의 행동들이 그래서 그랬던 거였나 싶었지만, 현재는 별 문제가 없다는 말에
나 또한 다른 일들에 눌려 있어 그렇게 상담을 마무리 했다.
학부모 상담주간 중 처음시기에 상담을 했고,
결국 일주일이 지나 다시 상담을 드렸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나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3월 마지막주부터 4월 첫째주, 둘째주까지 이 아이를 향해 나의 신경이 곤두 서게 되었다.
주변에 아스퍼거 증후군인 아이들이 있다.
인터넷상 아는 지인, 그리고 아주 가까운 지인 중에도 있다.
부모들이 모두 훌륭하고, 아이들도 정말 똑똑하다.
제 3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 크게 문제될 만하지 않았는데,
공감능력과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이 말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일반 아이들의 불만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이 아이를 자신과 동등한 입장의 아이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해가 필요한 조금 다른 아이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래서 아이의 행동에 '아....' 가 되어야 하는데
동등한 친구입장에서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니 '왜??? 얘 왜 이래?' 가 되는 것이다.
1대1로 봤을 때는 똑똑하고 발표도 잘하고 크게 달라보이지 않지만,
1대 다 로 있는 집단에서 일대일로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선생님이 한 마디 하는 거의 모든 말에 자기 말을 덧붙이고,
(그 말이 논리적이거나 이해되기보다 아이들이 듣기 싫은 말)
아이들은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보고 떠오르는 가장 강한 인상은 '시끄러움' 이었다.
시끄러움이 정도가 넘어, 더 튀는 행동, 더 주인공이 되려는 행동으로 넘어가자
아이들은 이 아이를
'짜증남', '화남', '싫음' 등의 온갖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파악했더라면
나도 덜 힘들었을 것 같다.
그저 일반 아이로 바라보며,
인내하고 이해하려고 했으니
일반 아이들의 불만 폭주에
정신이 들고, 곪아가는 내 마음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머니께 학교 상담센터 연결을 말씀드리고
학교에서 상담선생님과 1차 면담, 나와 2차 면담을 했다.
이전에도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이지 진단은 아니었고
약물은 복용했으나 부작용이 심해 끊었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 약물치료를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이런 것을 물어보기가 어렵기도 했고 내가 아이를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자꾸 애썼던 것 같다.
그러다 내 몸이 자꾸 깊은 숨을 쉬며 숨고르기를 하는 것을 인지했다.
이 아이를 대할 때 내가 너무 답답하니깐,
답답한 상황에 화를 낼 수는 없고, 애써 이해하려 했던 내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상담선생님께서도 행동양상이 아스퍼거 증후군 같다고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안그래도 병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를 전학시키면서 왜 이런 특이사항을 처음부터 말씀해주시지 않았을까..
일반 아이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일반 아이들 속에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길 바라는 마음을
잘 알겠는데..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모르셨던 것일까.
아이들에게 계속 피해를 준다는 점, 단체생활이 힘들다는 점,
단체생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나도 초반에 알았다면,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 발달 장애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접근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봐왔기에 이 아이를 처음부터 조금 다른 아이로 아이들이 인지하고 있었고
배려해줘야 하는 아이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선 아이들이 몰랐으니 그냥 이해하기엔 억울하지 않았겠나..
자칫하다간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을거란 생각에
지금이라도 조금 분리해서 바라보게 지도하는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임산부, 장애인석은 앉고 싶어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조금 다른 친구라는 걸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일반 아이들은 이 아이를 피하고 싫어하게 되고
문제행동을 하는 거친 아이들은 이 아이를 괴롭히거나 이용할 수 있겠다는 조짐을 느꼈다.
모든 아이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이 아이는 그 이유와 상관없이 하는 이상 행동이 있고, 나는 그것들을 관찰하고 말씀드리기로 했다.
어머니는 다행히 친절하시고 호의적이셨고 아이의 상태를 어느정도 알고 계셨다.
'000상황에서는 000해야 하는 거야.'를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거의 매일
아이의 행동과 태도 등을 퇴근 후에도 안내드린다.
그런데 그럴 때 다른 친구와의 관계되는 행동들에는 아이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테니,
그럴 땐 '이 친구가 이랬다는데요.'라고 하면, 정말 힘들어진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데
대체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 친구가 그렇게 했던 이유도 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후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어디부터가 시작인지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다른 친구들이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말씀드리는 것인데 이 또한 이런 문제들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각 집안에서 소중한 자식들인데
내가 화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르치고 싶지 않고
최대한 인격적으로 대하고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내 그릇이 그렇게 크진 않았나보다.
어느정도 마음 공부도 해서 나를 단련시키고
이제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그 자체로 이해할거라 생각했는데
잘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여러가지로 내가 무너져 내린 걸 보면,
마음 속에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속이고 있었고
나를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홧병이라고 할까.
내가 무능한걸까,
내가 경영을 잘 못하는 걸까, 하는 자괴감과
내 공동체가 무너져간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제라도 인식해서 새로운 문제해결 관점으로 바라봤으니,
조금 더 나아질거라 믿는다.
어느날 아이가 조금 더 좋아졌다고 느꼈다.
문제행동이 있었지만 두드러지지 않았고 이내 잡혔다.
아이가 더 착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어머니께 피드백을 드렸더니,
아이가 그 날 약을 조금 먹고 가겠다고 하여 저용량으로 먹었다고 한다.
괜히 나는 무너져 내리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어머니는 나와 상담 때부터 사회적으로 적응시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약을 먹이시겠다며
월요일부터 약을 먹여보내겠다고 하셨다.
그 날은 금요일이라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아이의 행동이 좋아졌다고 느껴 고맙고 안도되는 마음에
말씀드린건데 약을 먹고 조금 어지러웠지만 괜찮았다며
조금씩 양을 늘려 먹여보겠다고 하니,
아이에게 약을 먹여야 하는 엄마의 마음과, 약을 먹어가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어머니가 처음 아이가 보통 아이와 다르다는걸 받아들이기까지 어려우셨을 것처럼
나 또한 내 시각으로 아이를 다르게 본다는 미안함과 정말 다른 아이인걸까,
다른 거였구나 하고 받아들기까지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 생각보다 담담하셨다.
나보다 약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셨다.
나보다 이 아이에게, 이 분야에 전문가이실테니깐, 이전부터 받아들여오셨던 거니깐 그럴 수 있나 싶다.
그래도 처음 3월 이곳에서 아이가 학교 생활하며 즐겁다고 했던 것처럼
일반 아이처럼 일반 아이들과 어울리길 기대하셨을텐데
그 기대감을 내려놓고 현 상태에 집중해서 앞으로 아이에게 더 좋을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걸 선택하신 것 같다.
조금 다르지만,
맞춰서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깐.
내가 너무 감정이입하는게 문제다.
내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