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아침을 도울게

만년 지각생이 학교에 일찍 오기 시작했다.

by 애플슈즈


작년 선생님께 특별히 인계받았던 아이들 중 한명이었던 우리반 도혁이(예명)


잦은 지각과 가정통신문 전달 및 수합이 잘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개학식 첫날(목요일)부터 지각을 했다.


9시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어머니께 연락을 드리니,


"아직 안갔어요? 아까 간다고 했는데..."


전화가 끊나자마자 도착한 도혁이를 보자 생각과는 다르게 반듯한 이미지의 아이였다.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임을 짐작하고 점심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 아빠는 새벽 5시에 일하러 나가시고 누나는 고등학생이라 7시에 집을 나선다고 한다.


누나가 나갈 때 일어나면 되지만 아직 학교갈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한숨 두숨 자다가


엄마가 학교 갔는지 나가셔서도 전화하고 확인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너의 아침을 도울게"


하고 말을 건넸다.


"제 지각을 바꾸시겠다고요?"


"아니, 내가 너를 어떻게 바꾸겠어. 그런데 너는 스스로 바뀔거야. 내가 지각하지 않도록 도와줄게."


개학 첫날 나에게 하는 다짐에 "지각하지 말자"를 이야기하고 책상에 적어 놓은 도혁이.


과연 내일은 바뀔까?





금요일 둘째날


9시 1교시가 시작되었는데 도혁이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바뀌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9시 3분 정도되니 헐레벌떡 도혁이가 들어온다.


그래도 10분 이상 차이를 줄였으니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역사소설을 좋아하고 예의바르고 똑부러진 아이임을 이튿날부터 알 수 있었다.


틈틈히 책을 보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이


누군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아침을 챙겨야 한다는게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과중에는 실내화를 신고 있어서 몰랐는데 집에 갈 때 보니 우리반이 4층인데


양말도 없이 맨발로 신발을 들고 내려간다.


아직은 찬바람 부는 초봄인데 겉옷도 없이 왔다.


안내장도 가져오지 않았다.


어머니께 전화드려 혼자서는 힘들테니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습관을 잡아주자고 이야기드렸다.


어머니는 "아이고, 옷도 양말도 다 챙겨놓고 나갔는데..."


일터에서조차 계속 아이가 잘 갔는지 확인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도 너무나 공감이 됐다.


도혁이에게 누나가 나올 때 꼭 일어나기를 이야기하며


나도 아침잠이 워낙에 많아 너무 공감된다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줬다.


아이들의 변화를 돕는 건 '공감'과 '진심'이다.




셋째날 월요일


도혁이가 8시 50분에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온다.


친구들이 놀라며 이야기한다.


"오 오늘 도혁이 지각 안했어!"




넷째날 화요일


도혁이가 8시 40분에 교실에 들어와 인사를 한다.


"와~~~~ 너무 감동이다!!!!!"


선생님의 감동을 받은 도혁이는 멋쩍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 역사동화를 읽는다.




다섯째날 수요일, 여섯째날 목요일


누군가 8시 35분쯤 나를 지나가며 인사한다.


"응~ 안녕~"하고 뒤돌아보는데 도혁이다.


"오~~~~~ 이제는 감동을 넘어 기쁨이네!"


도혁이는 지각하지 않는 것으로 선생님께 감동과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도혁아, 이제 지각하지 말고 아침에 여유롭게 만나자.


새로운 아침 습관이 생긴 도혁이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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