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학부모의 온도

냉정과 열정 사이

by 애플슈즈


1학년 아이의 돌봄신청이 떨어졌다.


맞벌이 가정은 가장 후순위였고 무작위 추첨이라고 했다.


방과후가 되면 된다는 생각에 근거없는 낙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방과후도 떨어졌다.


선생님일 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엄마로서의 나는 예민하다면 예민한 학부모이다.


보통 선생님으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학부모라고 해야할까.


목소리가 큰 엄마는 아니지만 자기 주장이 있는 엄마다.


나의 교육철학도 분명하고 아이를 키우는 양육관도 나름대로 소신이 있다.


물론 모든 일에 다정하고 친절한 천사같은 엄마는 아니지만


이론과 실제는 또 다른 영역이라 내가 배운 이론처럼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선생님에서 돌변하는 학부모로


오늘 나는 학년 회의에서 방과후가 떨어진 걸 확인하고 얼굴이 일그러짐을 참지 못했다.


도대체 돌봄도 방과후도 떨어지면 어디를 가라는건가.


지역아동센터? 그냥 애들 모아두는 어느 보육학원 같은 곳을 찾아서 알아서 하라는 말인가.


학부모가 된 나는 그전과 많이 달라졌다.


선생님들은 수업 외 시간에 아이들이 일찍 오는 것도, 늦게까지 남아있는 것도 싫어한다.


요즘 공무원을 포함한 MZ 세대라 불리우는 젊은 사람들은 자기 권리를 꼭 지켜야하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의 일만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물론 나 또한 그랬을거다.


아이의 엄마이자 선생님으로서 나는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그 전에도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열심히 학급을 운영하는 열정있는 선생님이었다.


뛰어난 기술과 수업자료를 풍성히 만드는 능력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교실은 늘 따뜻했다.


내가 가진 단점이 강점으로 발휘되는 것은 교실에서였다.


나의 예민함. 오르락 내리락 하는 성격이 아이들에게 잘못 나갈까봐 나는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동전의 앞뒤처럼 그것을 다르게 이용하니


나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 모든 범위의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평균보다 더 다정해보이는 선생님에서


평균보다 더 예민한 학부모로


나는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학년회의 시간에 보이고 말았다.


아. 학기 초인데.....


내가 아이와 분리되어 선생님으로서만 있었을 때는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강점으로 만들어온 내면의 단점.


이렇게 나라는 사람의 온도차가 참 다르다.


그래도 이제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를 만난 너희들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진심.


그 진심을 받은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나는 너희들에게 진심을 주기에 너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예민한 학부모, 민원넣는 학부모.


학교에 있는 선생님인,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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