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온기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지금까지 바깥에서 나의 직업을 자유롭게 오픈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직업에 관한 이미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직업으로서의 나'가 아닌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게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내 일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직업이 아닌 삶으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새학기 첫 날을 맞이하기 바로 전 날은 어김없이 잠을 잘 못 잔다.
그것이 긴장감과 두려움 등의 감정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나의 일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긴장감과 설렘은 아주 한 끗 차이였을 뿐이다.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하는 설렘처럼
아이들 또한 어떤 선생님,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기대하고 있지 않았을까.
첫 날 교실에 들어가니 한 명의 학생이 앉아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음악을 틀고 교실의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오며 각자의 자리를 확인했다.
처음보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모두 어느때보다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1교시는 당연히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교과서를 배부하고 오늘의 일정을 알리고 안내장을 나눠주고 자신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하교시간이다.
아직 이름도 다 못 외웠는데, 벌써 하교시간이다.
우리반의 구호를 알리고 모두 인사와 '스스로 행복한 우리반' 이라는 구호를 외친 후 흩어졌다.
아이들이 가고 나서 알게 되었다.
온풍기를 틀지 않았다는 사실을.
며칠동안 학교에 나왔지만, 너무 추워 두툼한 가디건을 의자에 걸쳐두고 핫팩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꽉 찬 교실의 온기는 추위를 느끼지 못할만큼 따뜻하고 알맞은 온도였다.
아이들이 가고 나니, 온풍기를 틀었다.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그야말로 썰렁했다.
이전학년 선생님께서 일러두신 주의가 필요한 몇 몇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아직은 서로를 탐색하는 시기라 그런지 전혀 다른점을 느끼지 못했다.
1년을 함께 만들어갈 아이들을 편견없이 바라보기로 했다.
들었던 것보다 내가 보고 경험한 것들로 채우기로 했다.
우리가 함께 한 해 동안 그려갈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