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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Dec 11. 2019

영국 런던 근교 여행:3

A very Temple of the Winds


런던 근교 솔지베리 평야의 스톤헨지.


가 때 읽을 책으로 <테스>랑 <엠마>를 들고왔다. 별 생각없이 테스부터 잡았는데 미투도 생각나고... 나이 먹고 다시 읽으니 어렸을 때랑은 다른 차원의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닥 안좋아하는 책인데도 들고 온 이유는 마지막에 테스가 스톤헨지에서 잠드는 장면 때문이다. 알렉을 죽이고 에인절과 도망치던 테스는 솔즈베리 평야에서 스톤헨지 돌무더기를 발견하고 그 제단 위에 마치 희생제물처럼 누워 잠든다. 


안 쪽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출입금지. 펜스 주변으로만 둘려볼 수 있다.


지만 실제로 찾아간 스톤헨지는 가까이 갈 수 없게 펜스가 둘러쳐진 상태였다. 게다가 도대체 테스가 왜 이렇게 나무 한그루 숨을 곳 조차없는 평원을 향해 도망쳤는지 모르겠다. 좀 더 숲으로 가지 않구선? 이건 뭐 그냥 잡히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되는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풀밭 위로 바람이 미친듯이 내달렸다. 에인절이 스톤헨지를 보고 "바람의 신전이네" 라고 말한 게 이해가 됐다. 정말 너무 바람이.. 불어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테스는 왜 이곳으로 도망쳐왔을까... 소설 속으로 들어가 테스를 만날 수만 있다면


바스의 도심 풍경. 고즈넉한 유럽 마을이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지배층이 여흥을 즐기는 도시였다던 바스. 오른쪽은 그들이 즐기던 온천, 왼쪽은 젠트리 계급에 분양했던 리조트.


음 여행지인 바스(bath)로 도망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톤헨지에서 차로 40분 가량 떨어진 바스는 영어 목욕하다 bath의 어원이 된 곳이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온천이 나오는 곳으로(자매도시 리스트에 벳푸가 있었음ㅎㅎ) 로마가 이 섬을  정복했을 때 목욕탕을 크게 지었단다. 이후 앤 여왕 때 계획도시로 개발한 뒤 귀족과 젠트리가 모여 파티를 즐기는 환락의 도시(?)가 됐다고. 기왕 도망칠거면 이렇게 사람 바글바글 북적북적하고 뜨신 탕도 있는 곳으로 피하란 말야, 테스...

딱히 제인오스틴과 긴밀한 연결도 없으면서 박물관이 있다. 


톤헨지때문에 테스를 들고왔다면 <엠마>를 들고 온 이유는 바로 바스에 올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바스엔 제인오스틴 박물관이 있다. 정작 제인오스틴은 바스에 4년밖에 안 살았다던데 왜 고향도 아니고 죽은 곳도 아닌데서 더 난리인지 몰겠지만 돈 되는 아이템이라면 일단 연을 대고 보는 것은 기실 당연한 일 아닌가. 혹시나 해서 투어 가이드에게 유독 바스에 제인오스틴 박물관이 만들어진 이유를 물었더니 궁금했던 답 대신 "아 제인오스틴~ 별로 예쁘진 않았어요" 라는 말이 돌아왔다. 영국 화폐에 얼굴이 실리고 지금까지도 주구장창 재창작되는 작품을 쓴데다 세익스피어 다음가는 인기를 구가하는 영문학의 대표작가의 첫 소개가 <예쁘지 않다>는 건 뭘까ㅎㅎ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테스와 미투를 떠올리고 만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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