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 - 포항살이 02편

행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by 정월

포항살이 삼일차.

여전히 낯선 잠자리에 비몽사몽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숨어 있던 불안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왜 무감각할까?


복잡한 마음에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영일대 해변을 걸었다.

무감정함은 한순간에 인생을 덧없고 감흥 없게 만들었다.

정말 아무 맛도 없는 음식을 씹어 먹는 기분이었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가족들의 쾌활한 웃음소리도,

풋풋한 연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도

내겐 그저 배경화면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불안은 여전히 물음표를 단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철썩이는 파도와 바다 너머 매캐한 연기를 뿜어대는 공장들.

먹구름이 잔뜩 모인 하늘, 젖은 모래,

그 위를 아무렇게나 앉아있는 갈매기와 비둘기들이

마치 내 일상처럼 느껴졌다.


행복해지고 싶다. 인생을 잘 살아가고 싶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둘 집어삼키며

미지의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이다.


행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맛있다고 소문한 에그타르트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가장 첫 번째로 에그타르트를 살 수 있었지만, 여전히

행복하진 않았다.


점심은 죽도시장에서 먹은 생선구이 정식.

생선구이와 밑반찬, 국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입맛에 잘 맞았다.

배를 두드리며 나오니 무표정한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지어졌다.

부른 배와 너그러진 마음이 이구동성으로 행복을 외쳤다.

그제야 행복이 느껴졌다.


흑백 같던 풍경이 환해졌다.

내 키만큼 짧은 횡단보도 위에 서 있는 신호등이 귀엽게 느껴졌고,

건너는 골목 사이에 보이는 앙증맞게 피어난 흰 꽃들과 저택들,

그리고 그 너머 펼쳐진 파란 바다가 아름다웠다.


나는 먹는 게 행복한 사람인가 보다.

먹는 것으로 삶의 질을 가늠하고 싶진 않은데,

너무나도 확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다.


행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다른 분들의 행복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