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은 그렇게 시작되고
나는 결심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삼십여 년 넘게 엄마 캥거루와 붙어살다가 이제야 독립을 생각하게 되었다.
‘왜 이제야?’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속사정은 있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나는 포항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잠 때문이다.
직감의 대명사인 나는 마음이 편치 못하면 잠들기가 쉽지 않다.
금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낯선 곳에서 잠드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포항살이를 도전하는 이유는
온전히 나로 살아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왔다. 특히 엄마 캥거루의 영향.
그러다 보니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감은 희미했다.
살아가는 여정에서 주인공이 없다니.
그건 숨만 쉬는 거지,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약점들은 내려놓고 무작정 나섰다.
포항살이 첫날,
출발 전까지도 이어진 일정들에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꿀잠 자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낯선 곳.
결국 잠을 설쳤다. 다섯 번은 넘게 깬 것 같다.
나의 포항살이 첫날.
하늘은 우중충, 내 마음은 꾸중충.
그렇게 나를 위한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