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렌지는 충분히 달콤하고 상큼하니까.
떠밀린 세상길을 어영부영 걸어가며,
시간이 흘러 자연히 느티나무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어린 오렌지 나무로 남아 있다.
이미 터를 잡고 덩치를 키워가는 나무들을 보며 부지런히 발을 놀려 보지만, 내가 걷는 길 위엔 오렌지 나무가 정착할 곳이 없다.
마치 사진 속에 피사체처럼 홀로 멈춰 서 있는 기분이다.
왜일까.
이미 늦어버린 시점에도 나는 숨 가쁘게 뛰고 싶지 않다.
불안과 걱정이 뒤엉켜 나를 재촉하지만, 그럼에도 아등바등 달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린 오렌지 나무가 되기로 했다.
길가에 핀 들꽃을 구경하고,
햇볕의 냄새를 맡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보름달 아래서 포근히 잠드는 삶.
여전히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의 몽글몽글한 질감을 느껴보고 싶고,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에도 두 손 모아 진심 어린 소원을 빌고 싶다.
집 없는 오렌지 나무에도 열매는 열린다.
나의 오렌지는 달달하고 상큼하다.
나는, 키 작은 오렌지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