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의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가 7월 4일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개봉 전부터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넷플릭스의 광고, 4총사의 주역인 더스틴(게이튼 마타라조)와 루카스(케일럽 맥러플린)의 내한, 홍대 팝업존 오픈은 기대와 열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다. '기묘덕'인 나 역시 오픈 시간 정각이 되자마자 정신없이 정주행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최고 흥행 시리즈 중 하나인 '기묘한 이야기'는 80년대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 호킨스를 배경으로 온갖 흥미진진한 소재가 총출동한다. 행방불명된 소년, 초능력을 가진 소녀, 마을에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 괴생명체,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뭉친 4총사 꼬마들. 지난 시즌 2는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이 뒤집힌 세계의 문을 닫으며 일단락됐지만, 괴물의 보스격인 '마인드 플레이어'가 호킨스 중학교를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의미심장하게 끝을 맺었다.
시즌 3은 뒤집힌 세계의 문이 다시 열리고, 더 강력해진 마인드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한층 더 기괴해진 몰골의 괴물은 뒤집힌 세계를 너머 현실 세계까지 침범하고,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여전히 몰입도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은 중간에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자극제로 가득하다. 나도 모르게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를 누르고 앉은자리에서 정주행하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봤다.
시즌 3을 보는 사람들은 시즌 2를 볼 때와 똑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와 애들 정말 많이 컸다!" 어쩜 볼 때마다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쑥 자라난 키와 도드라진 얼굴 골격을 보면 드라마만 기다리다 흘러가버린 나의 세월도 느낄 수 있다.
사춘기 시즌에 돌입한 아이들은 이제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시즌3 1화의 오프닝 장면은 무려 마이크(핀 울프하드)와 일레븐(말리 바비 브라운)의 키스신으로 시작한다. 열세 살 동갑내기 친구의 설레는 연애는 시즌 3을 지켜보는 즐거운 관전 포인트다. 시즌2에서 마음을 확인한 루카스(케일럽 맥러플린)과 맥스(세이디 싱크)도 티격태격 귀여운 연애를 이어간다. 더스틴(게이튼 마타라조)은 여름캠프에서 만난 여자친구 수지를 자랑하지만 왠지 사람들은 수지의 존재를 믿지 않고, 윌(노아 슈냅)은 변하는 4총사의 우정을 섭섭해한다.
세상이 멸망해도 다들 틈새를 노려 연애를 한다. 아이들 뿐만 아니다. 시즌3 에서는 남녀만 나왔다 하면 우선 로맨스의 기운이 감돈다. 시종일관 언성을 높이며 싸우지만 어쩐지 텐션이 감도는 조이스(위노나 라이더)와 짐(데이빗 하버)부터, 시즌2에서 이어진 낸시(나탈리아 다이어)와 조나단(찰리 히튼)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직장 호킨스 포스트에서도 사랑을 이어나간다. 낸시와 헤어진 스티브(조 키어리)는 새로운 캐릭터 로빈(마야 호크)와 색다른 관계를 맺는다.
얼마 전 내한한 배우 게이튼 마라타조와 케일럽 맥플러린은 이번 시즌을 한 마디로 '썸머 오브 러브(Summer of love)'로 정의했다. 거대한 식인 괴물이 등장하고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도 1985년 호킨스의 여름은 새로운 사랑이 곳곳에 싹튼다. 서투르고 어색하고 다투고 싸우지만, 연인, 친구, 가족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함께 자아낸다.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 1~3의 시대적 배경은 모두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기에 걸쳐져 있다.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81년부터 89년까지 재임한 레이건 시대의 대표적인 모토는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레이거노믹스'요, 반공주의와 군국주의에 기반을 둔 '레이건 독트린'이다. 시즌3에서는 레이건 시대의 정치∙경제적 배경이 플롯 전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거대 자본이 시골 마을 호킨스에 들이닥치고, 러시아 비밀 정부를 가리켜 서슴없이 "빨갱이"가 싫다는 반공주의의 시대적 상황이 거침없이 나온다. 냉전 시대의 애국주의가 지배하는 정서 역시 8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그대로 본딴 것이다.
호킨스에 새로 지어진 대형쇼핑몰 '스타코트 몰'은 그런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는 가장 큰 증거다. 시즌 3의 모든 이야기는 이 스타코트에서 시작되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80년대 미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대형 쇼핑몰은 한 곳에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하는 새로운 문화를 등장시켰다. 한편 쇼핑몰의 등장으로 인해 호킨스의 작은 상점들은 경쟁력을 잃는다. 조이스의 잡화점 역시 파리만 날리고, 잘나갔던 상점 주인들은 폐점을 하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연다.
대형 쇼핑몰은 틴에이지들이 또래 집단과 몰려다니고 쇼핑을 하고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미국 8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레븐과 맥스도 이 곳에서 함께 쇼핑을 하며 '나다운 것'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8월, 팬들을 위한 깜짝 예고편으로 제작된 '커밍순 : 스타코트몰'은 80년대 쇼핑몰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 쇼핑몰에 대한 향수가 미국인에게는 대단한 지, 유튜브에는 죽은 몰(dead mall)에 대한 영상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다.
기묘한 이야기가 사랑받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노스탤지어다. 80년대 레트로 감성, sci-fi, 비디오 가게, 카세트테이프, 웨이백 스타일의 자동차처럼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수많은 레퍼런스는 이번 시즌 곳곳에도 숨겨져 있다. 시즌 공개 이후 올라오는 미국 리뷰에도 유독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것이 많다.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와 비슷한 걸까?
개봉 일자 마저 미국적이다. 지난 시즌2가 극 중 배경에 맞춰 할로윈(10/31)에 개봉했다면, 이번 시즌 역시 극 중 시간과 동일한 미국 독립기념일(7/4)에 개봉했다. 미군 부대 근처에 사는 나는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를 보며 집에서는 '기묘한 이야기'를 시청했다. 뭐지 이 명예 미국인이라도 된 하루.. 글로벌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대중문화의 향수란 범지구적란 사실을 체감하며...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드라마, 익숙한 그 맛에 또 빠진다.
시즌 3은 에피소드를 이끄는 새로운 배역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먼저 이번 시즌, 마인드 플레이어의 새로운 숙주가 된 맥스의 오빠 빌리의 확대된 비중이 눈에 띈다. 시즌2에서 처음 등장한 빌리는 불안정하고 폭력적이지만 호킨스의 매력적인 남성으로 그려졌지만 극적인 전개를 방해하는 잠깐의 조연으로 등장했을 뿐 큰 임팩트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더 강렬하고, 더 핫한 모습으로 등장해 일레븐과 친구들이 대적하는 눈빛부터 미친 숙주로 등장한다.
그러나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여성들이다. 찌질이와 너드가 판치는 극 속 '큰 일은 여자가 한다'를 시즌 1~2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준 '기묘한 이야기'는 개성 있고 똑똑한 여성 캐릭터를 또 등장시킨다. 루카스의 동생 에리카는 이전 시즌에서 오빠와 4총사를 비웃는 똑똑하고 당찬 모습으로 감칠맛 나게 등장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본격적으로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뽐내며 러시아의 지하 기지를 당당하게 기어들어간다.
이번 시즌에 처음 등장한 인물도 있다. 로빈(마야 호크)은 크리스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창으로, 4개 국어에 능한 밴드 출신의 여성이다. 시니컬하고 크리스의 뽕이 잔뜩 들어간 머리를 비웃지만, 자신의 솔직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크리스와 더스틴, 에리카와 새로운 케미를 보여준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기존 캐릭터들과 녹아드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이번 시즌의 묘미다.
기묘한 이야기의 연출을 맡은 더퍼 형제 감독은 이번 시즌의 핵심은 "변화"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악역의 스케일은 더 커지고, 괴물은 더 잔혹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그 사이에서 실수와 시도를 반복하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몸과 마음 모두 훌쩍 자란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이번 시즌을 관람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단 숨에 8화를 몰아본 후, 드는 생각은 하나다. 시즌 4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