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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올리베, 해양과 미래의 도시

2. 오리엔테 역 & 포르투갈 파빌리온

by 사과집

88일간의 건축기행 #2


포르투갈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안고 리스본에 왔던 탓에 꽤나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분전환을 위해 리스본 시내를 벗어나 좀 더 먼 곳에 가기로 했다.


리스본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올리베(올리바이스)Olivais 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알라메다Alameda역에서 전철역으로 삼십 분 정도 떨어진 오리엔트Oriente역에 내리면 된다. 오리엔트역에 내리는 순간, 선명하고 푸르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졌다. 출근과 등교로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순간 우울도 단숨에 바람과 함께 날아갔다. 나도 이들처럼, 오늘의 할 일이 명확하다는 하루치의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계획에 '바칼라우'라는 포르투갈 명물 대구요리를 먹는 것도 포함되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우울할 때는 먹을 것을 정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해결책인가 보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닫는 것, 절대 좋은 날씨를 아끼지 말 것.


내리자마자 커피 트럭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역사를 거닐며 실컷 사람 구경을 하고, 벌써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테주Tejo강의 바람을 맞으며 이유 있는 설렘을 만끽했다. 올리베로 향한 까닭은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오리엔트 스테이션', 포르투갈의 모더니즘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포르투갈 파빌리온'을 보기 위해서였다. 올리베에 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두 건축 명장의 건축물이 몰려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 모두 1998년 엑스포를 위해 만들어진 명소다.


오리엔테 역에서 나오고 나서. 보이는 건 센트루 바스쿠 다 가마 (Centro Vasco da Gama)



올리베 Olivais,
해양과 미래의 도시



1998년에 개최된 리스본 만국박람회 엑스포는 포르투갈에게 특별한 기회였다. 20세기의 마지막 만국박람회이자 런던에서 처음 열린 1851년의 만국박람회 이후 100회를 맞이한 엑스포였다. 게다가 그 해는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에 도착한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는 유럽에서 인도까지 항해한 최초의 유럽인이자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항해자다. 리스본 전체가 떠들썩했을 수밖에 없다.


당시 엑스포의 주제는 “해양 : 미래의 유산”이었는데 얼핏 바다처럼 보이는 거대한 강인 테주강과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인 바스쿠 다 가마 다리가 보이는 탁 트인 올리베 지역은 엑스포를 열기에도 적절했을 것이다. 테주강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을 거쳐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거대한 강이다


타구스(Tagus) 강,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라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


올리베에 가면 세기말 당시 사람들이 꿈꾼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 중의 하나인 과학박물관, 유럽 최대의 실내 수족관인 리스보아 수족관, 항구 동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나소에스 선착장, 이 모든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텔레카빈 케이블카도 있다.


그래서인지 올리베는 28번 트램이나 앤티크한 골목처럼 리스본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럽 명화 속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활기찬 현대국가를 과시하는 포르투갈의 의지가 느껴지는 동네랄까. '오리엔트역'과 '포르투갈 파빌리온'은 그 미래주의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중략)



※나머지는 아래 링크에서 읽어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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