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집 Dec 03. 2018

독립출판 어렵지 않아요, 시작만 하면!

1편. 기획하기

독립출판물 <공채형 인간>을 출간한 과정을 살펴보며, 매거진 <독립출판의 모든 것> 에서는 독립출판의 A to Z를 약 열편에 걸쳐 상세하게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를 보시려면 이 문장을 눌러주세요.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보통 "이런 컨텐츠를 발전시키고 싶다" 아이디어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제 책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출판은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그리는데서 시작한다. 정말, 기획이 반이다.


책만들기를 시작하셨다고요? 이미 완성하셨습니다


기획이 절반입니다



나의 에세이를 모아 독립출판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그간 써온 글을 모두 모으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잡문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약 5년간의 글이 모였다. A4 용지 한 장에 한 에피소드를 넣어 인쇄하니 족히 200장이 넘게 나왔다. 그 다음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적혀질 필요가 있었던 삶의 200개를 재구성하는 일. 목차를 부여하고 컨셉을 부여해, 사람들이 읽고싶은 책으로 기획하는 일.


나처럼 독립출판을 하고 싶은 기본 컨텐츠(글, 그림, 사진 등)는 있다는 전제 하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뼈대를 세우는 일이다. 에세이류를 쓴다는 가정 하에, 당신이 해야하는 일은 세가지다


☛  컨셉 정하기

☛  목차 정하기

☛  제목 정하기


세 개의 순서를 정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상 저 과정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컨셉을 정하면서 제목도 정하고, 목차를 정하고 글을 분류하다보니 이 컨셉이 낫다 싶어 다시 컨셉을 바꾸고 제목도 바꾸고.. 그렇게 나의 책도 제목과 목차가 몇 번은 뒤집혔다.  


그럼 위의 과정을 나의 책 <공채형 인간>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컨셉 정하기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나만 보느냐, 같이 보느냐의 차이다. 독립출판을 아무리 자기 만족으로 낸다고 해도, 최소한 독자를 겨냥한 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 고려해야할 점은 (1)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나의 미션)이 무엇이며, (2) 예상독자는 누구이고 (3) 기존의 책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이다.


예시로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브런치북 의 심사 기준은 아래와 같다.

기획의도가 참신한지

희소성이 있는지

요즘 사람들이 원할만한 이야기인지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책을 만들기 전에, 이 이야기가 참신하고, 희소성이 있고, 요즘 사람들이 원할만한 이야기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의 책 <공채형 인간>은 사실 가장 흔한 주제를 다룬다. 2030의 청년이 취준 시절과 직장생활, 퇴사를 겪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다. 브런치에만 해도 퇴사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럼 여기서 내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그냥 퇴사가 다인 책, 퇴사가 결론인 책은 만들기 싫었다. 내가 퇴사하는 이유는 회사가 싫어서 혹은 내가 부적응했기 때문이라기보단, 애초에 직무에 맞지 않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을 건들지 않고서는, '공채 제도'를 건들지 않고서는 얘기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요컨대 (1) 나의 메시지는 '요즘 시대 청년의 삶과 일에 대한 고민'이었고, (2) 예상 독자는 나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예상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 이었으며, (3) 차별화되는 지점은 '공채'라는 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TIP. 다른 사람들의 참신하고 기획력있는 책들이 보고 싶을땐?
- 텀블벅 출판 부분을 둘러보거나 https://tumblbug.com/category/publication
- 독립출판 사이트, 인스타그램을 둘러보세요! 



목차 정하기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했다면, 나의 컨텐츠를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해보자. 이때 추천하는 방법은, 본인이 쓴 모든 글들을 다 인쇄해보는 것이다. 한 페이지에 글 하나씩만 넣어서! 그 다음엔 비슷한 주제끼리 글을 묶어보자.


<공채형인간> 초고를 인쇄해서 분류해보았다.


<공채형 인간>의 초고는 약 200개가 넘어갔다. <공채형 인간>은 고군분투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공채형 인간의 최후를 담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회사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퇴사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까지의 일과 삶에 대한 5년 간의 글들이 모였다.


그래서 처음엔 Work, Life 두 장으로 나누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두개로만 나누다보니 심심하기도 했고, 같은 범주로 묶였지만 매우 어울리지 않는 글도 있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Work(1,2장)와 Life(3,4장)로 나누어 구성했다. 1장은 처음 직장인이 되고 느낀 회사에 대한 단상들, 2장은 일과 적성에 대한 고민을 거쳐 결국 퇴사하기까지의 기록, 3장은 예상할 수 없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4장은 어떻게 늙고 싶은지 나의 가치관이 쌓여가는 과정들이 담겨있다.


1. 수습 끝, 직장인이 되었다.

2. 공채형 인간

3. 예상할 수 없는 사람들

4. 삶이 굴처럼 느껴질 때


나는 이 '목차 분류'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글들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적절하지 않은 삽화는 뺐다. 주제에 맞지 않을 때는 종이를 가위로 잘랐고,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 글은 찢었다.


TIP.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글은 과감하게 삭제해라.
내 모든 글이 괜찮다는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날 것...



제목 정하기


컨셉을 정한 후에는, 제목을 정해야 한다. 나도 제목을 정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책에 담긴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책의 절반은 회사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삶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나는 제목은 '회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더 잘 팔릴 것 같았다나요...)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본인의 글 중에서 "컨셉을 잘 드러내는 소제목을 골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 역시 <공채형 인간>을 나의 소제목에서 따왔다.


물론 제목을 정하는게 가장 어렵다.. 사실 이 단계에서 제목을 정하지 않고 넘어가도 된다. 제목을 가장 마지막에 정해도 괜찮다. 표지 디자인을 하기 전까지만 정하시라..


TIP. 부제를 다는 것도 책의 성격과 늬앙스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공채형 인간의 앞에는 부제가 붙어있다.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공채형 인간!





이제 기초 기획안을 작성해보자



컨셉과 목차, 제목을 대충 정했다면 정말 책 만들기의 절반은 끝낸거다. 이렇게 정한 컨셉을 조금만 명문화해서 정리하면, 나중에 디자인을 하고, 교정/교열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추천한다. 이 단계에서 기초기획안를 만들어보자.


미리 보도자료를 작성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틀에 생기면 추후 수정이나 디자인이 이뤄질때도 우왕좌왕 하지 않게 된다. 나중에 실제 마케팅용 홍보 자료를 만들 때도 도움이 된다. 크게 아래의 내용을 먼저 작성해보자.


책소개/기획의도

예상독자

목차

저자소개



공채형인간 예시)


제목 :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공채형 인간>


<21세기 한국 공채 제도가 낳은 전형적인 20대 직장인의 부작용>

 평생 모범생 증후군에 걸린 장녀로 살다 졸업 후 현대자동차에 공채로 입사했다.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정신으로 입사했으나,

어쩐지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입사 3년만에 퇴사했다.


<공채 덕분에 입사했지만, 공채 때문에 퇴사한다>

“나는 내가 딱 공채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 나쁘지 않는 학력과 경력에,

근사한 말로 잘 꾸며진 자소서를 쓰고,

꾸며낸 사교성으로 어렵지않게 면접을 통과하지만

실상 제대로된 전문성은 없는,

여지없이 딱 공채형 인간. "

예상할 수 없는 일, 사람, 삶에 대한 5년간의 기록


<공채형 인간>은 고군분투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 공채형 인간의 최후를 담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회사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퇴사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까지의 일과 삶에 대한 5년 간의 글들을 모아 Work(1,2장)와 Life(3,4장)로 나누어 구성했다. 1장은 처음 직장인이 되고 느낀 회사에 대한 단상들, 2장은 일과 적성에 대한 고민을 거쳐 결국 퇴사하기까지의 기록, 3장은 예상할 수 없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 4장은 어떻게 늙고 싶은지 나의 가치관이 쌓여가는 과정들이 담겨있다. 비록 실제 삶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내 책의 분량만큼은 워라밸에 성공했다.


* 목차

1. 수습 끝, 직장인이 되었다.

2. 공채형 인간

3. 예상할 수 없는 사람들

4. 삶이 굴처럼 느껴질 때


* 저자소개 : 사과집

사람보다는 사물에 대한 신의가 있으며 저장과 분류에 대한 강박이 있다.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지향하지만 삶이 너무 어정쩡할 때는 각종 심리테스트에 의존한다. 삶을 버티게 해주는 건 염세를 덜어낸 유머라고 생각한다. 사과집은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의 준말




이번 편의 핵심은, 컨셉과 제목, 목차는 이후에도 계속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에 완벽한 컨셉, 제목, 목차를 정하려고 하지마라. 나 역시 이후 단계에서 디자인을 하고, 퇴고를 하면서도 컨셉이나 제목이 많이 바뀌었다. 기획 단계 이후에도 죽어라 나의 글들을 좋든 싫든 봐야하기 때문에...이 단계에서 너무 많이 힘쓸 필요는 없다. 한 70%정도만 정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다음 편은 인디자인을 활용해서 내지/표지 디자인 하는 법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Intro. 내 주변 모두가 책을 만드는 그 날을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