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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씨 Jun 07. 2018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정말 많이 생각했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공감해 줄 누군가가 없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고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나 스스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날 구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 내 눈을 들여다보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줘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한숨 섞인 격려나 위로도 또 다른 비난과 질책의 형태라 굳게 믿었으니까. 절실하게 누군가를 의지하고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증언을 듣고 싶어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타인을 믿지 못하고 타인이 믿는 나를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 난 나 스스로를 기소해서 법정에 세우는 검사 같았다.


이젠 꼭 누군가로부터 이 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혹여나를 생각하는 누군가가 그렇게 위로의 말을 전해 준다면 그 말 그대로 마음에 새기고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비난과 죄의식으로 남은 인생을 온통 채울 정도로 몹쓸 인간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나를 비난하고 죄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각자의 목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난 나를 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조금씩 병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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