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할 일이 있는데 집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스타벅스'라는 곳을 찾곤 합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어느순간부터 스타벅스에 있으면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업무의 능률이 오른다는 걸 느낀 적이 많은데요. 이와 관련해서 읽은 한 기사에서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백색소음)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백색소음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블렌더를 사용하고, 손님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등의 다양한 소리가 섞인 환경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처럼 어느정도의 소음이 집중력을 향상 시켜준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지 회사 내에서도 종종 노래를 틀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이직한 회사의 경우, 공용 라운지에서는 노래가 나오는데 사무실은 반대로 쥐죽은 듯 조용했는데요. 신규 입사자라 여기 저기 물어봐야 할 건 많은데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니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제가 물어보는 질문을 이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알려질 것 같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사무실을 둘러보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해서 각자 듣고 싶은 노래를 선택하는 분위기 인듯 했지만, 이 적막한 분위기가 갑갑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팀 회식 자리에서 조용한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 '그럼 00님이 노래 한번 틀어봐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사무실 내 DJ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근무한 회사에서는 K-POP을 틀어주는 분도 계셨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시끄러운 노래는 왠지 눈칫밥을 먹을 것 같아 은은한 지브리 음악으로 선곡했습니다. 눈이 올 땐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기도 했구요.
그런데 소음이 될까 조심스럽게 틀었던 노래를 두고, 타 팀 동료분께서 노래 소리를 더 키워달라는 코멘트를 하셨다는 걸 전해듣게 되었지 뭐예요. 사실 조용한 사무실이 저에게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거란 생각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볼륨을 야금야금 조금 더 키워서 노래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출근해서 하는 첫번째 업무가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하는 것인데요. 귀여운 지브리 음악에 피식 웃는 동료들을 보면서 소소하게 만족하는게 작은 일상의 행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