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지인 Dec 28. 2023

직장인에게 부캐가 필요한 이유

2023년 회고록

회사를 다니다보면 왠지 모르게 헛헛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특히나 회사 일로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난 뒤엔 '회사가 내 삶의 전부인가?', '회사 외에 진짜 내 삶은 어디에 있지?'라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한 켠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런 감정을 느낀 이후부터는 회사 밖에서의 내 삶을 더 다채롭게 채워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야 '회사 밖 부캐 만들기'랄까.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일에 스스럼 없이 도전하기도 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며, 내 자신을 스스로 성장 시켜가기 위해 노력했던 2023년. 휴대폰에 있던 지난 사진들을 보며 올 한 해에 마주한 다양한 나의 부캐들을 회고해 보고자 한다.



1.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돌아보니, 다른 때보다 2023년에 새로운 시도들과 도전을 많이 했다고 느껴졌다. 가장 먼저 운동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는 건데 살면서 처음으로 PT를 결제하고, 웨이트의 재미에 푹 빠져 몇 달간 시간을 보냈다. 운동복을 챙겨서 출근하기 위해 숄더백이 아닌 백팩을 매고, 퇴근 후에 헬스장으로 직행해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땀 흘리며 건강하게 해소하기도 했다. 요즘엔 타인과 함께 어울려서 하는 운동에 도전하고 싶단 생각에 주짓수라는 생경한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내 인생에 도복을 입고, 매트 위를 구르는 운동을 하다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지만, 낯선 것에 기꺼이 도전하면서 얻은 배움의 가치를 스스로 믿고 있기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마케팅 스터디 운영진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좋은 기회로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덕분에 남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 하는 것이 조금은 더 익숙해지기도 했고, 더 큰 자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인사이트를 나눌 미래의 내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는 사내 동아리를 만들어서, 동료분들과퇴근 후에 회사 근처 카페에 모여서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혼자라면 감히 엄두도 못냈을 크로스핏에 도전하고, 일요일에 등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덕에 퇴사했지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동료들과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괜스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2.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올해 가장 잘한 일이 뭘까 스스로 생각을 해보니 얼마 전에 혼자 다녀온 제주 여행이 떠올랐다. 가기 전엔 ‘혼자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혼자 떠나는 여행이 재미가 있을까?’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머릿 속에 끊임없이 차오르는 걱정과 불안함에 비행기티켓을 사는 것조차 한참 고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배낭 하나 매고 홀연히 떠난 제주에서 혼자라는 외로움 보다는 내 안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되려 선물 받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고, 다도를 하고, 요가를 하고 노을진 바다를 보면서 마치 시간이 멈춘듯 그 순간을 온전히 누려보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엔 꼭 혼자 해외 여행을 떠나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무엇이 됐던 반드시 기대 이상일 것이고, 내 인생에 오래 기억될 특별한 경험임이 분명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던 지난 몇 개월 간의 삶을 청산하고 다시금 독립을 시작했다. 한번쯤 꿈꿔왔던 복층집 그리고 깔끔한 신축 오피스텔. 가끔 소파에 앉아서 집을 둘러볼 때면, 이렇게 좋은 곳에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원하는 것이 있고 그 목표를 위해 차근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1년여 간 이 집에 더 머물게 될 것 같은데 나의 다음 목표 중 하나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기. 지금은 멀게느껴지지만, 이 소망 역시 어느 순간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있지 않을까?



3. 커리어를 발전 시키기

2023년 다이어리 첫 장에 적어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직이었다. 회사의 규모도 연봉도, 무엇보다 커리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내 맘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입사한지 1년이 된 시점부터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고, 몇 차례 면접을 본 끝에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수습기간을 마치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바쁘고 정신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주니어로서 몸이 편한 곳보다 마음이 편한 곳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는 없다. 되려, 똑똑하고 나이스한 동료들이 많아 일 외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랄까.


그리고, 4개월 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회사 밖에선 브런치 작가이자 커리어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부여하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 느낀 답답함을 글로 풀어내고자 시작했던 공간이었지만 어느순간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반성을 하기도하고, 예상치 못하게 크고 작은 배움을 얻기도 했다.

다가오는 2024년엔 또 어떤 새로운 부캐를 만들어가게 될까? 연말은 괜스레 우울하고 센치하게만 느껴졌는데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걸 보면 올 해는 유독 특별한 것 같기도 하다. 분명히 훗날 회사 생활을 하며 어떨땐 지치기도하고 또 막연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도 올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원으로서의 삶이 나의 전부가 아니기에 회사 밖에선 또 다른 부캐들을 만들어가면서 주체적인 삶을 가꿔나가야 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Goodbye 20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