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짜리 면접 녹음을 다시 들으며 알게 된 것

by 현지인

2차 면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장 두려웠던 것을 결국 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1차 면접 당시 기록한 면접 녹음 파일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서 긴장한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나 말곤 듣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10초 이상을 채 듣지 못하고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를 몇 번. 용기를 내 어제 출근길 지하철에서 파일을 다시 재생해보았다.


분명 면접을 본지 2주가 넘게 지났음에도 면접관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긴장되었던 그 마음이 다시금 올라오면서, 면접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생생한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10분, 20분이 지났을까. 내가 한 답변들이 구조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조금씩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질문을 듣고 한 템포 쉬고 답변을 했으면 괜찮았을 것을 냅다 답변을 쏟아내며 답변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까지 함께 덧붙이니 듣는 내가 다 숨이 찬 기분. 결국 면접관님이 나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처음 내뱉으신 말은 '이제 긴장이 좀 풀리셨나요?'였다.


요즘 자기소개 트렌드가 임팩트있는 문장과 관련된 프로젝트 경험을 정량적으로 함께 언급하는 것이란 말에 수없이 외웠던 말이었음에도 경력기술서에 적혀있는 회사별로 어떤 역할을 했고, KPI가 각각 무엇이었는지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달라는 요청에 그만 폭주해버리고 만 것이다.


내가 외웠던 말도 뱉어야겠고, 면접관님의 요청사항도 함께 버무리다보니 긴장감에 말을 우다다 쏟아내버렸다. 사실 외웠던 1분 자기소개의 멘트를 내가 짠 것이 아니어서인지 유독 입에 안 붙는다고 느끼긴 했지만, 면접장에서 이렇게 타격을 입을 줄이야. 결국 있어 보이는 자기소개 멘트를 구상하기 보다는 내가 했던 업무와 KPI 중심으로 다시금 정리해야겠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했던 프로젝트 중 힘들었던 경험, 또 그것을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여쭤보는 질문을 이어서 답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 때의 대답이 나의 부족했던 자기소개를 메우기에 꽤나 큰 한 방이었던 것 같다.


모의면접에서도 튜터님과 전 회사 동료분께서 나에게 늘상 줬던 피드백. 내가 직접 집행했던 일에 대해 말을 할 때, 정말 스스로 주체적으로 했다는 게 느껴진다라는 말을 면접에서 최대한 살려보고자 했는데 그게 정말로 통했던 것이다. 프로젝트 성과뿐 아니라 집행 날짜와 업계 평균 데이터까지 함께 이야기하자 면접관님의 반응이 달라졌다. 어떻게 이렇게 술술 나오는지, 특히나 데이터 뿐 아니라 날짜까지 기억한 부분이 인상 깊다고 말씀 주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에게 있어 팀 이동 후 처음 맡게 되었던 프로젝트라 날짜를 함께 기억하고 있었고, 담당자로서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끊임없이 회고 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선 동일 업계나 카테고리 등 특정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나의 프로젝트를 정량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에 이를 기억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모의 면접 당시에도 수치적인 부분을 외우려고 했지만, 가끔 가물가물 하기도 했는데 신기하게 면접 자리에서 막힘없이 술술술 나오는 답변에 스스로도 꽤나 놀랐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회사 별로 이직을 했던 이유, 그리고 왜 지금 회사로 또 이직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 이전 회사들의 이직 사유는 내 스스로 꽤나 명확하게 정리되어있다고 느꼈건만 면접 자리에서 답변을 하니 좀 더 답변을 깔끔하게 다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해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넘어 더 설득력있는 대답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이다.


그리고, 업무적인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성격적인 장단점을 동료, 상사, 친구 기준으로 나눠서 알려달라고 말씀을 주셨다. 그런데, 상사가 나에게 말했던 장점과 단점이 떠오르지 않아 눈알을 요리조리 위로 굴리고 있을 때쯤 갸우뚱하는 면접관님 표정을 보면서 순간 앗차 싶어 머리를 바로 굴려보니 순간, 얼마 전 진행한 연봉협상의 자리가 따올랐다. 당시 그룹장님을 통해서 처음으로 피드백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보는 이에 따라 완벽한 장점이나 단점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순 있지만 그럼에 내 스스로를 좋게 포장하는 것보다 어느정도 솔직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달드렸다.


'그룹장님이 저에게 정말 좋거나 안 좋은 것과 같이 극단적인 감정들은 티가 나는데 그게 아닐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서 요즘 기획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는 말씀도 함께 전해주셨습니다.'


핵심은 아쉬운 부분과 그것을 충분히 상쇄할만한 동료의 피드백을 함께 얹어주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대답을 들으니 어떤 말인지 바로 이해하신 듯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엔 나의 취미나 특기, 그리고 꿈이 무엇인지를 함께 물어봐주셨다. 사실 꿈이라면 (브런치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회사 밖에서 회사 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억누르며 마케터로서의 감성적인 포부를 담아 내가 기획하고 마케팅한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험을 하고 싶단 답변을 전했다. 지금 생각하니 퇴사 생각이 문득 든 스스로가 머슥해서 초감성적인 대답으로 그것을 눌러버린 것 같지만 대답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녹음본을 다시 들어보며 기대보다 내가 더 잘했던 순간 그리고, 말을 잘한다고 느꼈지만 두괄식으로 말하지 않아 듣는 이 입장에서 다소 정신없을 수 있겠단 것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빨리 말하려고 하기 보다는 대답하기 전에 한 템포 쉬고,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2차 면접의 관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말을 꽤나 잘한다고 스스로 자부심(?)아닌 자부심을 가져왔는데 면접 녹음이 나에게 메타인지를 제대로 심어준 경험이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생각을 더 많이, 빨리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를 배려한 말하기라는 것. 어제부터 지피티가 주는 질문에 대해 두괄식으로 답변하길 연습하고 있는데, 오늘 퇴근하면 또 다시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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