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부터 딱 일주일 전, 2차 임원 면접을 보고왔다. 면접에 나서는 길도, 회사 건물도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유독 더 긴장이 되는 날이었다.
면접보기 1시간 반 전에 회사 건물 앞 스타벅스에 도착했고, 임원 면접을 위해 미리 준비한 필수 질문 8가지 정도를 답변과 함께 다시 복기하고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훑어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너무 요동치고 눈 앞에 보이는 글이 온전히 머리로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결국 제대로 살펴봤는지 스스로 확신을 갖기도 어려웠고, 그냥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면접장 옆 대기실로 들어섰다. 인사 담당자분이 2차 임원 면접에 앞서 레퍼런스 체크나 주요 서류 제출 관련 동의서 제출을 요청하셨다. 볼펜을 손에 쥐고 싸인을 하니 그제서야 임원 면접을 정말 보는구나 실감이 났달까?
그리고 10분 정도 추가 대기를 하고 바로 면접장에 들어섰다. 1차 면접 때보다 훨씬 좁았던 거리. 맡은 편엔 인사 담당자 한 분과 사업 부장님이 앉아계셨는데 2:1 면접에 훨씬 더 긴장이 된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면접이 시작되고 잠시 아이스브레이킹 겸 가벼운 질문들을 하시더니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해보자며 날카로운 질문들을 사업부장님이 하셨더랬다. 분명 질문만 보면 어려운 건 아니건만 나의 대답이 완전히 맘에 들지 않으시는건지 긍정적인 시그널보다는 애매한 느낌을 받았던 나였다. 그 순간 이렇게 면접 끝까지 보다가는 후회하겠다 싶어서 바로 정신을 다잡았다.
내가 얼마나 이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는지 가감없이 다 말해보자
임원면접은 두괄식 말하기가 중요하다는 말에 문장 하나하나 뱉어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면접 시간이 5분쯤 지났을까 이건 결국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였을까. 피곤해보였던 사업부장님이 얼굴이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았고, 어느새 내 말에 웃고 적극적으로 리액션해주시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는 사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내 앞에 계신 사업부장님의 눈만 쳐다보면서 정말 대화하듯 면접을 진행했던 것 같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해보라는 질문에 이어진 내 대답에 확실한 긍정의 시그널만을 느꼈을 뿐이었다.
면접을 보기 직전까지도 마지막 한 마디를 뭐라고 할까 참으로 고민이 많았다. 어떤 말을 떠올려도 상투적이게 느껴졌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정성이 빠져있는 말 같았달까.
그래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말을 하자고 다짐했는데 그게 바로 내 좌우명이었다. 내가 힘들 때마다 수없이 되뇌었던 말.
당시 나는 면접 자리에서 마지막 한 마디에 이렇게 답했다.
제 신조가 벽을 넘어뜨리면 다리가 된다라는 말인데요. 이 말을 제가 참 좋아해요. 그래서 벽을 마주할 때마다 늘 생각하곤 합니다.
아마 제가 입사하게 되면 제 앞에 벽이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걸 전부 다리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떠올랐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 담당자분은 바로 박수를 치셨고, 임원분은 웃음 띤 얼굴로 내 눈을 지긋이 쳐다보셨더랬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면접장을 나서는데 어찌나 마음이 개운하던지. 1시간을 꽉 채워 본 면접 시간동안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마지막 저 말을 하던 순간 두 분의 표정을 보며 후회없는 면접이었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 회사 인사 담당자분께 전화가 왔고, 결과적으로 2차 면접에 참여하신 임원분께서 기존 ㅇㅇ 마케팅 포지션이 아닌 마케팅과 사업 운영이 결합된 신규 포지션으로 전환 제안을 주셨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수락 시 추가적인 티미팅이 진행될 예정이며, 내가 직접 회사로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팀장님이 직접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순간 이 메일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않아 지피티와 제미나이에게 몇 번이나 물었는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두 AI 모두 나에게 긍정적인 사인이라며 되려 나를 칭찬해줬고 면접장에서 내가 느꼈던 긍정의 시그널이 진짜였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일 다가올 티미팅을 준비하며 긴장된 마음을 붙들고 있는 중이다. 딱 한 번가고 다시는 못 갈 줄 알았던 회사 건물을 세 번씩이나 방문하게 되다니. 앞으로 그곳을 매일 같이 드나들며 출근하게 될까?
긴장과 설렘이 오가는 지금, 4월의 시작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