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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Oct 12. 2023

회사에 당일 면접 불참 통보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일정과 면접 일정을 문제 없이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두 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고 그 때문에 갑작스레 연차를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면접을 위해서 연차를 이틀이나 내기에는 꽤나 눈치가 보여서 나는 두 회사의 면접 일자를 같은 날로 정하고 대신 시간대를 오전/오후로 나눠서 하루에 두 탕 면접을 보고 왔다. 그런데 왠걸 출근하고 며칠이 지나서 또 다른 회사에서 서류 합격 연락이 온게 아니겠는가. 이 회사는 커머스 기업이었는데, 인지도가 높은 곳이라 이력서에 남기기에 꽤나 나쁘지 않은 선택지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연차를 낸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휴가를 쓰자니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사 담당자분과 몇 차례의 메시지가 오간 끝에 수요일 오전으로 면접 시간을 정했다. 오전으로 정한 이유는 바로 현재 회사의 시차 출근제 제도를 적절하게(?)이용하기 위해서 였는데, 오전에 면접을 보고 회사에 출근해서 그 날은 평소보다 좀 더 늦게 퇴근하려는 나름의 계획이었다. 연차를 쓰지 않고, 면접을 보고 올 수 있다니 '역시 시차출근제는 정말 좋은 제도야'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출처: 핀터레스트

나의 계획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이번주 화요일에 있던 주간 회의가 별도의 노티스 없이 수요일 오전으로 바뀌어버린 것. 이 사실을 나는 화요일 오전에 알게 되었고, 이 날 하필 3시간 이상 지속되는 회의 탓에 내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피곤했던 화요일,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와서 자기 전에 잊고 있었던 면접이 떠올랐다.


'아 맞다. 내일 오전이 면접이잖아. 회의 시간이랑 겹치는데 어떡하지..?'


하지만 시계는 이미 저녁 10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난 그 시간에 차마 인사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는 못했다. 대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상황을 설명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밖에. 불안한 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는지 나는 평소에 꾸지도 않던 악몽을 꾸면서 피가 튀기고 사람이 죽고 자도 잔게 아닌 것 같은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눈을 뜨니 유독 밝은 아침 풍경에 의아했던 것도 잠시. 휴대폰을 보니 충전기를 꽂지 않아서 이미 전원은 꺼져있고 급히 충전 후 전원을 켜보니 시계는 이미 오전 9시 33분. 그 순간 머릿 속에 들었던 생각은 면접 밖에 없었고, 나는 인사 담당자님께 급히 문자를 드렸다. '장염에 걸렸다고 할까? 교통사고 났다고 할까? 아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이미 현직자인 걸 회사에서도 아는 상황이니' 그래서 나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갑자기 주간 미팅 시간대가 변경되었고, 면접 시간과 겹치게 되어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혹시 괜찮다면, 면접 일정을 조정해주실 수 있겠는지 정중하게 확인을 요청드렸다.


연락이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냈지만 회사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굳이 면접장에서 보고 싶은 지원자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유관부서에 확인해보겠다며 어제 오후에 회신이 왔던 인사 담당자님께서는 지금까지도 아무 연락을 주지 않으셨다.

씁쓸하지만 어찌하겠는가. 환승 이직을 결정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하는 것을. 마냥 쿨하게 넘기기에 마음 한 구석의 쓰라림을 참을 순 없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추억과 배움이라며 브런치에 글을 남기면서 달래보는걸로.


*오늘의 교훈:

면접이 잡히면, 그냥 눈치보지 말고 연차나 반차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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