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던 것들, 그리고 결과
나는 정말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를 하는 건, GMAT이 끝인줄 알았다. MBA에 입학한 순간 탄탄한 미래를 꿈꾸며 적극적으로 노력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컨설팅 인터뷰 준비를 위해 매일매일 하루 12시간을 꼬박 투자했다. 왜냐? 수능 입시나 GMAT이랑은 또 다른 압박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목표는 오로지 "내 스스로 창피하지 않게 인터뷰를 하자"였는데, 그냥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하고 점수로 결과를 받는 시험과는 달리, 취업 인터뷰는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어렵기로 소문난 맥킨지 인터뷰.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했던지라, 막연한 두려움이 매일 틈틈히 엄습하곤 했다.
하지만 6주만에 모든 기적을 이뤄야 하는 나에게 걱정은 사치였다. 그래서 케이스 연습, 복습을 하고 남은 7-8시간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시간으로 꽉꽉 채워나갔다.
케이스 연습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들
1. Framework Drill (초반 1-2주, 하루 2시간)
컨설팅 인터뷰를 처음 준비하는 사람은 Framework이라는 가장 큰 컨셉을 마주하게 된다. Framework란 경영자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는데, conventional하게 나누기도 하고, 좀 더 advanced된 candidate는 자신만의 Framework를 만들어서 접근하곤 한다.
본투비 컨설턴트이신 분들은 창의적인 Framework을 바로 뚝딱 만들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은 범인의 경우 자신만의 Framework를 만드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Conventional한 Framework에 대한 이해로 출발해야 한다. 컨설팅 클럽에서 알려준 여러가지 Framework이 있어서 손으로 써가며 달달 외우기도 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써보지 않는 한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양한 Framework를 다 커버하려면 상당히 많은 케이스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다.
https://peter-k.thinkific.com/courses/structuring-drill-exercises
말 그대로 Prompt를 보고 Framework만 조지는 연습을 하는 것인데, 어지간한 유형의 케이스를 다 다루고 있기 때문에, 1-2주 정도는 매일 1시간씩 투자해서 이 Drill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유형 별 1-2개씩만 하되, 모든 유형을 하루에 다 커버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Framework를 빠르게 익혀나갔다.
2. 인더스트리 공부 (초반 2-3주, 하루 1시간)
보통 MBA 프로그램 컨설팅 클럽에서 나눠주는 Casebook 초반부에 케이싱에 필요한 Fundamental 지식들을 정리해두는데, 인더스트리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현황도 이 부분에 포함되어 있다. Framework를 어느 정도 익히면서 케이싱을 하다보니 골격 짜는 법은 얼추 알겠는데, 이 뼈대에 덧댈 구체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Healthcare나 Airline 케이스를 다룰 때 Framework는 잘 짜더라도, 이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니 부연설명을 할 수가 없어 전문성도 없어보이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래서 각종 Casebook을 섭렵하면서, 나만의 인더스트리 교과서를 만들었다.
인더스트리 최신 현황, Market Cap, Key Players, Revenue Drivers, Cost Drivers 등을 직접 일일이 타이핑하면서 정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암기도 되고 훨씬 학습에 효율이 올랐다.
3. Delivery 강화 (매일 1시간)
1) 템플릿 만들기
나는 초반에 케이스를 이끌어나가는 Soft skill도 없어서 여러가지 문장들을 만들고 그걸 달달 외웠다. 케이스 인터뷰의 구조를 이해하고 Prompt Reading - Recap - Clarifying Question - Framework - Exhibit - Math - Brainstorm - Recommendation, 이 중간 중간 내가 케이스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문장들 "I want to ask some questions to fully understand the context" "Would you mind if I take a moment to gather my thoughts?" "I think the key question is OOO, and to answer that question, here's my approach." 을 요리조리 다듬어가면서 친구에게 받은 템플릿에 더해 나만의 템플릿을 만들었다. (우리는 템플릿의 민족)
당연히 영어가 자연스럽고 유창하면 이런건 생각조차 안하고 매번 다르게 variation을 했겠지만, 나는 미국에 온지 반년도 안된 상태라 이런 사소한 것들은 그냥 외움으로써 다른 것에 더 집중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다.
2) 케이싱 단어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영어 단어 표현은 복습하면서 바로 단어장에 적어두었고, 케이스를 잘하는 친구들과 케이싱 연습을 하면서 그 친구들이 쓰는 단어들을 주의깊게 듣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은 적어 두었다가 그 다음 케이싱에 반드시 억지로라도 써먹으면서 점진적으로 내 단어로 만들었다.
3) 표현력
표현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컨설팅 인터뷰 Demo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컨설팅 인터뷰 준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Victor Cheng' Audio 파일을 받아서 운동하면서도, 이동하면서도, 자면서도 들었다. 다만, 이건 약간 교과서적인 경향이 있어서 초반에 공부할 때 유효한 것 같고, 이후에는 Rocket Block에서 만든 유튜브 시리즈도 틈날 때마다 봤다.
https://youtu.be/aVzmhWlN2Mw?si=E8fIOUwT1uk6m77M
4. 기타 Mental Math, Exhibit, Brainstorm 연습 (매일 30분-1시간)
케이싱에서 또 중요한 부분이 Math, Exhibit, Brainstorm인데, 이건 아래 사이트를 활용해서 틈틈이 연습했다.
https://managementconsulted.com/
이렇게 노력했지만, 결과는 아쉽게 불합격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쏟아가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건만, 결과는 아쉬웠다. 아쉽게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 정말 속상했던 것 같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아무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인터뷰 준비였기 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준비하면서 오피스 사람들과도 engage를 하고 많은 애정을 쏟는 일인지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이 인터뷰 과정을 통해 정말 값진 경험을 했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가 없고, 망설이는 후배들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할 만큼 나를 성장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이후 약 9개월 뒤 풀타임 채용 과정에서 다른 오피스에서 인비를 받아 추가적으로 20번의 케이싱을 하고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이 또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로써 총 100번의, 오로지 맥킨지를 위한 인터뷰 준비는 큰 수확이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가지 실패와 고난을 겪어왔음에도 30대가 넘은 지금도 여전히 실패는 씁쓸하고 힘들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괜히 그만뒀나, 나는 여기 와서 왜 이렇게 고생을 할까, 나는 역시 토종이라 안되는 건가, 하는 막연한 고뇌와 우울감도 때때로 밀려왔다. 겨울방학 끝무렵 인터뷰를 하고 새로운 학기에 들어서며 친구들을 마주해야 했는데, 내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큰 무게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중, 뜻밖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