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GMAT, 어떻게 준비했나
GMAT 준비가 진짜 MBA의 시작
나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해외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와 직무에 몸 담아 일을 하다보니, 일을 했던 6년 간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입사 전 2년 간 대학원 생활을 하며 영어로 논문을 읽었던 게 마지막이었다.
이런 와중에 GMAT을 시작하자니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서술했듯이 주변에 MBA와 연관된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막막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지원자들이 있다면 내 경험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시간 순서대로 GMAT을 어떻게 정복하게 되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2023년 7월, GMAT의 존재를 알게 되다.
때는 바야흐로 2023년 7월, 오랜 시간 묵혀 둔 석사 논문을 갈아엎고 다시 써서 6월에 막 디펜스를 하고 이제 본격 MBA 준비 태세로 전환 하려던 시기.
주변에 MBA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으니, 온라인 서칭부터 시작했다. 사교육 짬바가 있던 나로서 가장 먼저 검색한 것은 'MBA 학원'. 가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간접적인 리소스로 알아봐 보았자 정보 수집과 검증에 시간이 걸리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선택한 건 MBA 입시 학원 중 가장 규모가 있는 L모 학원의 설명회를 듣는 것이었다. 마침 거의 격주 꼴로 입시 설명회를 해주었고, 참석자가 많지 않아도 참 성심성의껏 설명해주셔서 큰 로드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MBA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좀 있구나' 하는 동지애도 느끼면서 궁금한 점을 직접 여쭤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설명회를 통해 어느정도 짜여진 커리큘럼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이 서서, 바로 Math와 CR, SC 심화 코스를 등록했다. (하지만 심화를 등록한 건 오만이었다) RC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토플 공부도 해보았기 때문에 유형이 익숙했고, 독해는 자신이 있어서 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본격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다.
내 스스로를 과신했는지, 심화 수업은 다소 어려웠다. 이게 여느 시험과 마찬가지로 GMAT 또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정석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방법론'이 존재한다. 시간적 제약이 큰 시험인 만큼, 정말 IQ가 높아서 빠르게 풀이를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문제를 유형화해서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고 활용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심화 수업을 바로 듣다보니 입문 수업에서 이미 가르친 방법론을 약어처럼 활용하는 내용이 많아서 따라가기 힘들었고, 입문반을 병행 수강하게 되었다. 수강 기간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컸지만 오히려 좋다(?)는 생각으로 빡세게 공부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점**은, 심화 수업이 후기 비스무리한 항목과 풀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심화반 수업은, 시험을 한달 정도 앞두고 빠르게 체킹하는 방향으로 수강하는 것이 이득이다!
벌써 2년 전의 이야기고 2024년 1월 부로 GMAT FOCUS가 도입되면서 SC가 없어졌기 때문에 과목 별 공부 방법이나 구체적인 전략은 전달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학원 커리큘럼을 통해 GMAT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틀린 문제에 대한 풀이나 질문이 가능하다는 점과 모의고사를 원하는 만큼 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원 시스템이 매우 유효하게 작용했다.
나는 미니 모의고사를 매일 보면서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날에도 전반적으로 감을 잃지 않고자 했고, GMAT이 멘탈이 탈탈 털리는 시험인 만큼 모의고사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2023년 10월 초, 보충 학습을 시작하다.
L모 학원의 심화 과정까지 다 수료한 이후에는 또한 GMAT Official Guide를 쭉 풀었다. 그리고 L모 학원은 모의고사나 후기 서비스 위주로 학원 시스템을 활용했고, GMAT Club의 유로 모의고사, GMAT 공식 웹사이트의 모의고사를 유료로 구매해서 실전 준비를 했다.
GMAT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점수가 오르기는 커녕 떨어지는 때도 있었고, 특히 Quant는 대부분 거의 만점을 받았던 반면, Verbal 점수를 내기가 참 힘들었다. 몇 문제 차이로 점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E사 스파르타 강의 시리즈를 추가로 들었다. 이렇게 하여 시험 응시비까지 거의 몇 백만원 정도 쓴 것 같다.
2023년 10월 31일, 첫 시험을 보다.
2023년 10월 31일에 본 첫 시험의 결과는 참혹했다. 약 세 달 정도 공부하고 본 시험이었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봤던 탓인지 생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 게다가 1월 중순이 원서 마감이라 총 5번의 기회를 채우려면 2주에 한 번 꼴로 시험을 응시했어야 했다. 실력이 오른 상태까지 기다렸다가 시험을 재응시하기에는 슬랏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2주 간격으로 시험을 모조리 예약해두었다.
이것이 패착이었다. 물론 첫 시험에 비해 두번째 시험은 훨씬 잘 보아서 조금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험 준비와 이전 시험으로 인한 멘탈 회복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시험만 보니 점수가 기대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4번째 시험을 보고 나서는 정말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2023년 12월, EA라는 좋은 대안을 알게되다.
탁월하지도, 썩 나쁘지도 않은 GMAT 점수를 확보하고 나서는 'EA (Executive Assessment)'라는 시험을 알게 되었다. GMAT과 같은 주관사인 GMAC에서 제공하는 시험인데, Mini GMAT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EMBA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GMAT에 비해 EA 점수를 받아주는 학교가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EA만 보기엔 위험부담이 좀 있다.
*EA를 받아주는 학교는 Columbia, NYU, UCLA, Duke 등이 있다. ('23년 기준)
물론, 매년 요강이 바뀌므로 반드시 Admission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EA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 앞뒤로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인데, 한번 넘어가면 절대 돌이킬 수 없는 GMAT이 주는 극심한 멘탈 압박이 없다는 점이 아주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난이도도 전반적으로 GMAT에 비해 낮다고 체감되는데, GMAT 점수에 들어가지 않는 IR이 EA에서는 점수로 들어가서, IR이 약한 사람은 다소 고득점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 나는 EA에서 GMAT으로 환산했을 때 좋은 점수 구간에 들어가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일부 학교에는 EA로 제출하게 되었다.
해주고 싶은 말은, GMAT을 공부하지 않은 상태로 EA를 보았다면 절대 고득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거다. EA는 보완적인 수단이지 처음부터 EA만을 바라보고 공부하기에는 공부량이 너무 아까운 것 같다.
마치며
이렇게 나의 GMAT 준비기를 정리해보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젠 GMAT Focus가 대세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공부나 시험에 관련된 이야기를 공유하지는 않았다. GMAT 준비는 학원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1:1까지는 안해봤지만, 그래도 수년 간의 데이터 베이스와 노하우를 두고 순전히 독학으로 하는 것은 많이 돌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혼자 배운 것을 소화하고 체득하는 것은 필수다!) 따라서, 이곳에서 미처 서술하지 못한 공부법이나 시험에 관한 팁은 학원을 통해 가장 업데이트 된 버전으로 정확하게 얻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GMAT 준비하면서 GMAT 망쳐서 GMAT을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글이 가장 힘이 되었기 때문에 내 좌절과 경험담 위주로 풀어보고자 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일기처럼 허심탄회하게 과정을 작성하지만, 그 당시에는 6개월 정도 정말 피말리면서 하루에 5시간씩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느라 힘들었다. 주말에는 데이트를 반납하고 하루 8-9시간 가량 공부했고 (덕분에 서울에 있는 북카페, 스터디 카페, 도서관을 섭렵했다 ㅎㅎ), 일년에 주어지는 20일 가량의 휴가도 모조리 공부하는데 올인했었다. 공부하고 시험 보는데 돈도 정말 많이 썼고, 정신적으로도 참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결혼 준비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남편이 정말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서 그냥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잘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그 힘든 와중에도 하루하루 그냥저냥 재밌게 일하는 직장인에서, 정말 멋진 꿈을 꾸며 도전하고 공부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 같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MBA라는 거창한 꿈을 향해, 어려운 길을,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씩씩하게 걸어나갔던 그 과정이 참 소중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보는 모든 GMAT-er 분들도 힘들고 답답하고 막막하겠지만,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 되새기면서 조금이라도 힘을 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