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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범 Mar 19. 2022

집 대신, 상가를 짓기로 했다.

교암해변 건축일기

"강원도 고성? 경남 고성?"

다들 먼저 그렇게 묻던데, 강원도 고성이 맞다. 왜 하필 고성이었냐고. 서울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아름다운 바다는 동해니까. 동해라고 하면 의례 강릉이나 속초, 양양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그곳 만큼은 피하기로 했다. 시작은 우리도 서핑 한 번 해보자던 작년 여름휴가였다. 양양을 먼저 찾아봤지만, 조금 덜 붐비는 곳을 원했다. 속초 위로는 고성이, 양양 아래에는 동해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 고성에서도 서핑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여느 40대 도시 직장인처럼, 우리도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동경했다. 하지만, 이사보다 우선인 건 이직이다. 인생은 장소만으로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하며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이직이라니.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뒤에는 이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뭐 장인도 아닌데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법도 없고, 고성에도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권태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지역분석이 아니라, 산업분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고싶은 일, 그리고 고성에서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우리는 집 대신 상가를 짓기로 했다. 퇴근하는 공간이 아니라, 출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상 부동산 임장에 가까웠던 여름휴가가 그렇게 시작됐다. 일주일동안 렌트 가능한 단독주택, 가능하면 속초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우리는 그렇게 교암해변을 찾게 되었다. 속초에서 차로 20분 거리였다.


짓기 전에, 일단 살아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야 상가를 지을 수 있다. 상가는 다름아닌 사람의 일을 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내 일도 담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름휴가를 보냈던 교암해변의 단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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