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지식 또는 핵심 지식

영화 분과의 Core Knowledge

by 테오도로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과라면 어떤 분과든 그것의 핵심 지식(core knowledge)이 있다. 핵심 지식이란 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자, 모르면 익혀야 할 것들이다. 다시 말해서 그 분야에서 기초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들, 그것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개념들, 이것들이 작용하고 움직이는 질서 체계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영화 공부는 영화 분과의 핵심 지식을 학습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영화 분과의 핵심 지식은 다음과 같이 범주화할 수 있다. 영화예술의 구성요소와 관련된 것들, 영화예술의 변천 및 성취와 관련된 것들, 영화예술을 둘러싼 기초 교양과 관련된 것들. 불완전한 범주지만 당장의 아쉬움은 차차 메꿔내도록 하자.


영화 분과의 핵심 지식을 학습한다는 건 영화예술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을 숙지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한 다음 그러한 영화예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변천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취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각각의 맥락을 헤아릴 배경지식 또한 필요하다.


그럼, 이제 범주별로 학습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짚어 보자.


영화예술의 구성 요소들을 숙지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교과서란 영화예술의 구성 요소 전반을 다루는 개론서를 가리킨다.


국내에서 널리 읽히는 교과서로는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의 『영화 예술』과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를 들 수 있다. 책의 규모 때문에 부담스럽겠지만 둘 중 한 권은 반드시 읽어두어야 한다. 정 어렵겠으면 필자가 연재한 ‘우리 곁의 영화’ 시리즈라도 읽자.


한 가지 의무 사항이 있다. 교과서를 정독하기 전에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어야 한다. 영화예술의 구성 요소 전반을 학습하려면 플롯 이론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시나리오 작법서를 입문서로써 읽는 것이다. 『나리오란 무엇인가』, 『나리오 가이드』 같은 책들은 읽기 어렵지 않으니 시나리오 작법서를 세 권 이상 읽기를 권한다. 다만 세 권의 책 중 한 권 정도는, 시나리오 작술 규범과 기초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라면, 시나리오 작법서가 아니어도 괜찮겠다.


다음으로 영화 예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변천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취들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사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를 고려하면서 고전 작품들을 감상해야 한다.


영화사 책을 읽는 것은 교과서를 읽는 것만큼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까지는 해야 한다. 교과서를 읽고 영화사 책까지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다음 스텝이 어떤 차이를 가질지 가늠해 보시라.


영화사 책이라고 B5 판형에 600페이지 분량의 ‘벽돌’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신국판에 국내 필자들이 쓴 책도 있고, 문고판 책도 있다. 한 가지 요령을 안내한다. 『영화 예술』의 PT6이 세계영화사이니, 교과서로『영화 예술』을 읽으면 지도를 얻게 된다. 『영화 예술』의 PT6을 읽고, 절판되긴 했지만 중고로 구하기 어렵지 않으니 국내 필자들이 쓴 『세계 영화사 강의』를 읽으면 부담이 한결 줄 것이다.


고전 작품 목록도 갈무리해 보자. 《씨네21》을 발행하는 한겨레신문사에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한 ‘영화 100년, 영화 100편’의 목록은 국내 필자들이 작품마다 해설을 달아놓았기에 유용한 목록이다. 절판되긴 했지만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염두에 둘 것 하나. 순위나 위상, 작품에 대한 통설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진 마시라. 그리고 한겨레신문사의 목록은 21세기의 작품들이 빠져있으니 《Sight&Sound》(BFI)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발표하는 목록으로 보충하자.


끝으로 영화예술을 둘러싼 기초 교양, 즉 영화 예술의 구성 요소와 그것의 변천 및 성취의 맥락을 헤아릴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추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사회적, 예술적 기초 지식과 교양이 필요하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영화에 관한 지식이 아니므로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세계사에 대한 개관, 서구의 기초 교양에 해당하는 것들을 알아두어야 한다는 말 정도만 남기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조각조각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인문학 책은 강유원 박사의 『인문 고전 강의』와 『역사 고전 강의』를, 예술사 책도, 절판이긴 하지만, 강유원 박사가 공저한 『삶은 늘 우리를 배반한다』를 권한다. 표준 도서로 강유원 박사의 책보다 좋은 책이 있거든 소개해 주기 바란다.


내가 제시한 학습 과제가 까마득하게 다가오겠지만 단언컨대 이게 핵심 지식을 함양하는 가장 빠른 길, 효율적인 길이다. 혼자서 학습 과제를 해나갈 동력이 없거나 도저히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은 여기서 제공되는 것들을 따라오시면 된다. 필독서도 읽을 것이고, 고전 작품도 해설할 것이다.


따라서 영화적 교양을 쌓고 한결 선명한 감식안을 갖춘 격조 있는 애호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제공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9788996490814.jpg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영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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