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 아마추어, 전문가

영화 공부의 방향과 목적

by 테오도로스

앞서 우리는 영화의 핵심 지식(core knowledge)을 인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습의 범위와 초점을 확인했다. 이번 시간에는 학습의 목적과 방향, 수위에 대해 개관해 보자.


상식적인 말이지만 영화 공부는 목적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따라서 공부를 하려면 자신에게 어떤 필요와 열망이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목적을 설정할 수 있고, 학습 범위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범위를 지정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무기력에 시달릴 것이다.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싶은 열망이 큰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영화를 향해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다종다양한 말을 내뱉고 있는 데다가 영화의 핵심 지식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어 있지 않은 탓에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력에 자기도 모르게 짓눌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공부의 목적과 방향, 수위는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


다음을 기준으로 삼아 보자. 나는 감상자인가, 논평가인가, 제작 종사자인가? 이때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애호가까지가 내 여건상 최선인가, 아마추어까지는 나서 보고 싶은가?


전문가(professional)는 핵심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술을 직업적 현장에서 능숙하게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아마추어(amateur)는 핵심 지식을 습득하고 훈련하고 있지만 직업적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을 만큼 기술 구사가 능숙하지 않은 사람, 애호가(enthusiast)는 핵심 지식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숙련하고 있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분류하자.


즉 제작 종사자든, 논평가든, 애호가로서의 감상자든 지난 시간에 확인한 영화의 핵심 지식 정도는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 종사자 중 기술 스태프는 도구(tool) 사용과 관련된 테크놀로지 기반 지식과 수행 기술을 갖춰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영화는 기술(technology) 기반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극작술과 같은 무형의 기술을 숙련해야 한다. 감독은 데쿠파주 역량뿐만 아니라 제작 집단을 이끄는 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리더십 그리고 기술 스태프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테크놀로지 관련 지식 등을 갖춰야 한다.


논평가는 독해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중에서도 텍스트 분석 기술은 기본기 중의 기본기다. 그런 까닭에 합리적인 텍스트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논평가의 자격과 역량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기술과 말하기 기술이 직업적 능력으로 필요하다. 이것만 갖추고 있어도 준수한 논평가다. 비평적 통찰력은 어지간해서는 갖기 어려운 역량임을 유념하자. 이를 갖추고자 한다면 지성을 정련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진득하게 공부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감상자, 애호가로서의 감상자, 교양적 감식안을 갖춘 감상자는 핵심 지식 학습 정도면 충분하다. 이따금 씬-바이-씬(scene-by-scene) 작업으로 수공적 플롯 복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렇게 감상자인가, 논평가인가, 제작 종사자인가에 따라 그리고 애호가가 되려는가, 아마추어가 되려는가, 전문가가 되려는가에 따라 할 일의 범위와 종류와 강도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아마추어 평론가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애호가였다가 전문적인 제작 종사자가 되고 싶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당부하자면 이 기준 축들은 공부 방향이나 목표를 세우는데 막연함을 느끼는 입문자들을 위해 잠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자신의 과업을 이 기준 축들에만 맞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치게 도식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여건, 지향 등에 따라 세분화하거나 자기 맥락적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


한편 이 기준 축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오히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절대적 당위를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비상식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심심치 않게 그런 말을 들어 왔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학습 열망이 큰 사람일수록 그런 교조적 언조에 취약하다. 그럴 때는 한 발짝 물러서서 여섯 개의 도식적인 기준 축들을 떠올리고 상식적인 판단을 해보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환기해 보자.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당대의 상식이 작용한다. 우리는 상식에 기반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교조적 발언을 물리칠 수 있다.


이 점을 곱씹어 보는 것도 좋겠다. 교조적 발언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탓에 그것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하나의 양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점. 어쩌면 그것이 영화를 상식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어왔으며 지성 세계에서의 교섭까지 차단시켰던 건 아닐지.


image_JLG 복사본 2.jpeg 포즈를 취하는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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