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 나를 아껴주시는 분들 중에
기가 막히는 핫플이라며, 나와 꼭 같이 가보고 싶다며
초대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런 곳들은 대체로 좁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하는
지하같은, 내 휠체어가 못 가는 곳에 있다는 것.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사람을 보낼테니 꼭 오라고 하면,
이렇게 말씀드리곤 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유머러스하게 ^^)
'그렇게까지 해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없어요 :)'
2.
그렇게까지 해서 가고 싶은 곳도 많았고,
그렇게까지 해서 다니기도 많이 다녔었다.
이제 가고 싶은 곳보다, 가야 하는 곳이 더 많은 어른이 된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가고 싶은 곳이 별로 없다.
3.
오늘 회의차 들른 공기업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손에 꼽는 공기업의 지역본부라 당연히 접근 가능할 것이라고 본 실책.
장정 4명이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를 수야 있겠지만,
그 회의는 '그렇게까지 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
'제가 빠져도 될까요?'
4.
'변호사님 어떡하죠? 변호사님이 빠지시면 회의 성립이 안 돼요 ㅜ'
'아... 그런가요? ㅜ 그럼 올라가야죠. 남자 분 4명을 불러주세요!'
그렇게 낑낑대고(내가 아니라 들어준 분들이 힘들었지만) 올라갔다.
내가 이 기관에, 이 회의에 다시 올 일은 없다는 걸 직감했다.
나도, 그들도 원하지 않을 것.
5.
그래서인치 주최측 사정 보지 않고,
그야말로 모든 소신을 가감없이 담아 사자후를 쏟아냈다.
뒤가 없는 사람은 이래서 무섭다라는 걸 나를 보며 깨달을줄이야.
끝나고 나오는 길에 위원장님이 작별인사로 한마디 하신다.
'어우 변호사님. 날카로우시던데요'
'아닙니다. 죄송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또 만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위원장님도, 나도.
6.
'그렇게까지 해서'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