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이 너무 좋다.
편안한 자세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무협지도 좋고, 추리 소설도 좋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도 좋고, 만화책 좋고, 뭐든 다 좋다. 내가 몰랐던 지식을 전해주는 책을 읽으면 하나라도 더 알게 되서 기쁘고, 소설을 읽으면 그 인물의 감정을 느낄수 있게 되서 좋고, 그림이 예쁜 만화책을 읽으면 눈까지 즐거우니 그것도 좋다.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내가 막연히 느꼈던 감정, 느낌, 생각을 그 누군가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감탄하고 그것을 다시 확인받는 기분이 든다. 그런 글을 만날때면 그 작가에 대해 친밀감이 생기고 아는 사람을 만난것처럼 반갑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 또한 좋다. 뭔가를 노트에 끄적거리던지,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던지 하여간 내 머릿속에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 내서 내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기분이 좋다. 별것 아닌 지나가는 생각의 끄트머리를 붙잡아 꺼내서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내게 의미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살아숨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내 몸상태와 기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는 감각도 좋다. 평소에는 못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는 튼튼한 두 다리가 그 순간만큼은 마음에 든다. 내 폐가 온 몸에 산소를 잘 전달하고 있으며, 내 심장은 혈액을 온몸으로 고루 보내기 위해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뇌는 잠시 쉬는 듯 별 아무생각 안하는 듯 하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내가 달리고 있는건지 잊을 만큼 생각에 몰두하기도 한다.
내 눈은 습관적으로 풍경을 쫒고 있지만 그것을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건지 아닌지는 알수 없다. 휙휙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가끔씩 만나는 반대 방향에서 달리는 사람이다. 그 순간 만큼은 처음보는 사람일지라도 무척 반갑고 묘한 동지애가 싹튼다. 나도 모르게 "오늘은 날씨가 춥네요. 힘내세요" 라고 인사를 건내고 싶어진다. 같은 방향에서 앞서 달리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을 앞지를 수 있을까? 나보다 좀 느린 것 같은데.. 앞질러 볼까? ' 쓸데없는 경쟁심이 발동한다.
목표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이 차서 턱까지 차오르면 오늘은 여기서 그만 멈출까 꾀를 부리고 싶어진다. 그럴때는 거의 걷는 것과 다름 없는 속도까지 템포를 늦춘다. 그리고 잘하든 못하든 나는 10킬로미터를 도중에 쉬지 않고 달릴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목표한 만큼 쉬지 않고 달린다.
얼마전 탤런트 이시영이 아침 조깅이 하기 싫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매일 하기 싫다라는 대답을 보면서 정말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쉬지 않고 아침조깅을 하지만, 하기 싫은 날이 매일이라는 것 또한 공감이 간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상쾌해지다가 힘이 들고, 숨이 차오른다. 그리고 다 달리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렇게 땀흘린 후 달궈진 몸을 뜨끈한 물로 씻어면 몸이 촛농처럼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공부를 하는 기쁨도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 작년 말부터 중국어 공부를 일주일에 3일정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공부한 페이지마다 날짜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은 목표한만큼 공부했다는 그 감각이 너무 좋다. 이 나이 되니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공부일지라도, 또 실제로는 얼마나 쓸모있는지도 알수 없지만 나는 오늘 이만큼의 공부를 했다라는 그 뿌듯함이 좋다.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하나라도 더 알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학교 다닐때처럼 문제를 풀고, 틀리고, 틀린 것을 확인하는 과정도 즐겁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당혹스럽고 어려운 것이 나오면 머리를 싸매지만 그것 또한 공부의 한 과정이려니 생각한다. 이 즐거움을 일찌감치 학창시절에 깨달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뒤늦게라도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비슷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겨울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읽고, 쓰고, 달리고, 공부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사람이다. 한 글자라도 더 보았고, 더 썼고, 더 달렸고, 더 배웠을 것이다. 어제보다 단 1mm만큼이라도 더 나아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거북이 걸음처럼 매일 매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내가 바라는 모습에 조금은 더 가까워질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