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 스탑을 찾아서

by apricot

지난겨울 방학 때의 일이다.


둘째는 언젠가부터 포켓몬스터에 푹 빠졌다. 피카츄를 특히 좋아해서 티셔츠, 필통, 가방, 인형, 볼펜까지 온통 피카츄다. 그러던 중 포켓몬 고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포켓몬 고가 처음 출시되어 사람들이 AR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신기해서 너도나도 포켓몬을 잡던 2016년 나도 가입했다. 남편과 집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관광지에서 포켓몬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밤에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열을 올렸다가 게임을 그만뒀었는데 둘째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접속하니 내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한때 열심히 했던 덕분에 200마리가 넘는 포켓몬이 있었고 그중에는 둘째가 좋아하는 피카츄도 포함돼있었다. 몇 년 전에 잠깐 했던 게임 덕에 둘째가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포켓몬 고 게임은 지역별로 다양한 포켓몬이 잡히는데 잡은 지역이 표시되어 있는데 원래 살던 지역뿐 아니라 인근 도시, 관광지, 친정집, 심지어 제주도까지 찍혀있었다. 새로운 곳에 가게 될 때마다 잊지 않고 꼬박꼬박 포켓몬 사냥을 했던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지경이었다.


둘째가 포켓몬 고를 처음 한 날 나 또한 몇 년 만에 접속한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첫째와 남편까지 가세해서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어느덧 온 가족이 다 포켓몬 고에 접속해서 친구를 맺고, 포켓몬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역시 우리는 뭐든 함께 하는 가족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하루 종일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던 남편은 토요일 아침 "우리 다 같이 산책도 할 겸 포켓 스탑을 향해 출발하자!"라고 비장하게 외쳤다.


아이들 핸드폰은 데이터 통신이 안 되기 때문에 남편의 핸드폰에서 핫스폿을 켜서 와이파이를 연결해주어야만 했다. 보조배터리가 든 백팩에, 방한용 모자에 마스크, 장갑까지 갖춰 쓴 남편의 모습은 정말이지 만화에 나오는 포켓몬 트레이너 같았다.


다행히 집 근처 아파트에는 포켓 스탑이 많이 있었다. 남편의 진두지휘 아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다가 포켓 스탑이 있는 근처의 벤치가 보이면 나란히 앉아 5분 정도 사냥을 하고, 아이템을 주워 담았다. 또 다음 포켓 스탑을 향해 걸어가다가 안전한 곳에 잠시 멈춰 게임을 잠깐 하고 또 걸어가고를 반복했다. 게임에 집중하느라 추위도 잊은 채 네 식구가 집 근처 아파트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요즘 찾기 힘든 붕어빵 가게도 우연히 발견하고 나름 알찬 주말 외출이었다.


다음 날에는 차를 타고 집에서 좀 떨어진 바닷가로 향했다. 몇 달만에 보는 바다는 푸르렀고 처음 출몰하는 포켓몬도 많았다. 바닷바람에 손이 시려서 꽁꽁 얼 것 같았지만 새로운 포켓 스탑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이렇게 하나 더 추가됐다. 우리 가족의 이야깃거리도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포켓몬이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언젠가 집 근처 포켓몬 체육관을 모두 점령할 때까지 우리 가족의 포켓몬을 향한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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