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촉새, 이월이
이월이는 2월생이다.
2월까지는 그전 해 태어난 학생들과 함께 입학하는 때였는데, 그녀 어머니는 그녀가 야물지 못하다는 이유로 학교에 한해 늦게 입학시켰다.
그녀는 우리들 중 가장 언니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과하게 내어주어 결국은 상처받고야 마는 순한 그녀가 나는 늘 마음이 쓰였다.
2007년 그녀의 가족들과 우리 가족은 파리와 남프랑스, 이탈리아 밀라노, 스위스 인터라켄 여행을 함께 가게 되었다.
여행업을 하는 그녀 부부가 계획을 세웠고, 이동수단은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지하철을 탔다.
우리는 렌터카 운전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그녀가, 파리 지하철 승강장에서 칭얼대다 잠든 두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남겨놓은 채 호텔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헉!
파리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길 찾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불어는 철자도 모르고, 스마트폰도, 구글지도도, AI 번역기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하니 그녀 식구들은 객실에 체크인해 있었다.
다음날 우린 다시 웃고 떠들며 여행을 계속했다.
그녀가 불안한 촉새가 되어버린 건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다.
여행업을 하는 남편이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1인 사무실은 정리되었다.
사무실을 내느라 빌려 쓴 대출금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즈음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고, 친구들의 수다 중간을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와 우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녀가 마지막 비상금을 바닥까지 탈탈 털어 쓰고 나서야 길거리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그녀의 살림살이는 숨통이 트였고, 우리들의 수다도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녀의 솔직한 듯, 숨기는 듯, 아슬아슬한 예민함은 서서히 무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