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토모리

'말해 뭐 해 쏜 화살처럼~', 반쪽이

by 바비정원

코로나19는 거리에서 임산부와 아이들을 사라지게 했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 저 너머는 의심의 눈초리와 무표정만 가득했다.

만화영화에나 나올 듯한 장면들이 현실이었다.

숨죽이던 몇 년을 버티고 이제 조심스럽게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다.


답답증이 화병이 될 것 같아, 패키지를 내켜하지 않는 남편을 꼬드겼다.

동유럽 상품에 평소 그가 가고 싶어 했던 발칸의 크로아티아를 끼워 넣었더니 낚였다.

여행 스타일이 다른 남편이 이번엔 그렇게 하고 싶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이착륙 스트레스로 비행기 탑승을 피해 왔었다.

이번엔 이런저런 이유들이 구질 해 보였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이가 긴박함을 더했다.

에미레이트항공 2층 에어버스는 이착륙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편안했다.

이착륙 지병은 사라졌다.


짧은 머리에 왕핀을 꽂은, 영화 레옹 속 마틸다를 닮은 50세 솔로 가이드 나짱은 해박한 동유럽 역사 해설에 첫날부터 목이 쉬어갔다.

이번 여행의 원픽이고,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탄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에 도착해선 흥분해서 걷는 길을 내달렸다.

역시 엄청난 규모의 장엄한 수직 낙하 폭포수, 에메랄드 빛 크고 작은 호수들, 여러 갈래 트래킹코스 속 숨겨진 비경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친환경 도시 슬로베니아 류블랴냐에서는 신선한 우유를 자판기로 팔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고, 블래드에서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아침 산책길을 즐겼다.

야경과 맥주는 체코 프라하.

중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천문시계탑 앞 노천 맥주집에 자리 잡고 앉아 맥주를 마셨다.

천문시계탑에선 매 정시에 예수님의 12제자와 해골의 쇼가 펼쳐진다.

'모멘토모리'

매시간, 자신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잊지 말고 겸손하라는 의미란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아모르파티'를 흥얼거렸다.

2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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